4월들어 아파트 거래 전달에 비해 반토막으로 줄어
강남·서초 등 강남4구에서 감속폭 크고 가격도 약세
매도·매수자 관망분위기 이어지며 '거래절벽' 현실화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1억원 정도 가격을 낮춰 나온 매물이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어요. 최근 들어 매매거래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되요. 저희 뿐만 아니라 옆의 업소들도 마찬가지예요"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한 중개업소 대표의 얘기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강남권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움츠러들고 있다.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 시행에 이어 이달부터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면서 매매거래가 급격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기 전인 지난달(3월)까지 급한 매물이 소화된 이후에는 매수자들이 관망분위기로 접어들면서 매매시장 거래절벽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2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아파트 매매건수는 5455건으로 전달 대비 60% 넘게 감소했다.

물론, 4월 거래건수는 27일 기준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며 하루평균 202건이 거래된 셈. 그래도 전달(448건)에 비해 55% 감소한 것이고, 지난해 같은 달(258건)에 비해 22%나 줄어든 것이다.

특히 아파트 거래 감소는 강남과 서초 등 이른바, 강남4구에서 두드러졌다. 강남구의 경우 3월 77건에서 168건으로 무려 78%나 급감했고, 서초와 송파·강동구 모두 70% 넘는 감소율을 보였다.

   
▲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월별 매매거래량 추이/자료=서울부동산정보광장


거래가 급감하면서 아파트값도 조정국면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4월 4주차 서울 아파트값은 0.03% 올랐지만 상승폭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전주 상승률은 0.05%였다.

하지만 다른 곳에 비해 큰 폭의 거래 감소를 보이고 있는 강남과 서초 등 강남4구는 모두 약세를 보였다.

특히, 강남구는 4월 들어 약세를 보이면서 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강남4구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주택대출 규제와 양도세 중과 등 정부의 주택시장 옥죄기가 거래절벽으로 이어지면서 호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쏟아져 나왔다"며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급매물이 사라지고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거래량 통계는 신고일을 기준으로 한다. 때문에 4월 거래량 가운데 상당수는 2월말이나 3월에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4월들어 거래된 매매는 의외로 얼마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거래절벽 현상은 비단 매매 시장만의 상황은 아니다. 전‧월세 시장 역시 마찬가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서울에서 성사된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모두 1만 993건으로 전달 대비 39%나 줄었다. 

물론 매매 시장의 감소폭보다는 적지만 올 들어 지난 3개월간 전‧월세 거래 평균과 비교하면 63% 수준에 불과하다. 올 1~3월 서울시 아파트의 평균 전‧월세거래량은 1만 6595건이었다.  

이 같은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거래절벽 현상은 불확실한 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규제 강도가 높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계속 나오면서 집을 사려고 계획했던 매수대기자들이 결정을 미루고 "좀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집주인들 역시 급한 매물을 정리한 상황에서는 "급할 것 없다"는 계산에서 오히려 내놓았던 매물을 거둬들이는 상황이다.

개포동의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양도세 등의 부담이 있는 집주인들은 이미 매물을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파트값이 언제 다시 오를지 모르는데 굳이 싸게 팔 필요가 있냐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매수자들은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관망하는 추세고, 매도자는 '급할 것 없다'는 심리로 버티기에 들어갔다"며 "서로가 기대하는 가격 차이가 커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이 3월에만 3만5000명이 되고, 이 가운데 75%가 서울과 경기도라고 하는데, 아파트를 처분하기 보다는 전세나 월세로 가지고 있는게 낫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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