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요 해외시장에서 거점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경영 일선에 복귀해 중국의 추격에 대비하고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삼성에 대한 정부의 압박 시그널이 강화되면서 우려가 적지 않다. 해외투자자와 주요 거래선에서 의구심이 확대되면 삼성전자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최근 중국 선전을 찾아 현지 정보기술(IT) 핵심 관계자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스마트폰 매장 등을 둘러보며 최신 트렌드를 살폈다. 앞서 3월 말에는 유럽과 캐나다 등에서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고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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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일 DS 부문장인 김기남 대표이사 사장 등과 함께 광둥성 선전의 한 전자기기 매장에서 스마트폰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웨이보·연합뉴스 |
이 부회장의 중국 출장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동행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핵심 축인 부품사업 대한 이 부회장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CEO들은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점차 좁혀지는 가운데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 시장에 대한 선제 대응을 심도 깊게 고민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지난해 1년을 사실상 허비한 삼성전자의 위기감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최대 실적을 잇달아 갈아치웠지만 여전히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부회장 역시 ‘포스트 반도체’를 염두에 두고 해외 경영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 의사결정라인에 또 다시 문제가 생기면 정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주요 먹거리에 대한 경쟁자들의 도전이 거센 상황에서 미래 사업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여유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국내 사정은 녹록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잇달아 기존 결정을 번복하며 삼성과 이 부회장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면서다.
재계에서는 정부의 ‘반삼성 시그널’이 계속될 경우 신사업 추진과 기업 경쟁력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해외 주요 파트너는 물론, 인수합병(M&A) 대상 기업들도 우리 정부와 삼성의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나쁜 이미지로 계속 몰고 가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미확인 정보 등이 사실인 것처럼 굳어지면 최종 결정을 떠나 기업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 신뢰성이 도마에 오를 경우 해외 자본과 투자기업도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관성 없는 입장이 경영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이유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스스로의 결정을 뒤집는 행태가 반복되면 기업들이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있겠냐”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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