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철강 무역전쟁'으로 미국 내의 철강 가격이 상승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미국 내 제조업체마저 하나 둘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글로벌 철강 수출 가격 또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증권가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미국 내 철강 수입 제품에 25% 추가 관세 부과 발표 이후 미국 내 철강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국가에 대한 관세 추가 부담 협상과 한국에 실시한 쿼터(수입할당제)로 수입 물량이 줄고 미국 내 철강 생산량이 늘 것으로 기대되면서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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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하이투자증권 |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시황은 열연을 기초로 중국 쪽 가격에 특히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인데 중국 내수 가격은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큰 변동이 없지만 미국 내수 가격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면서 "미국이 통상압박을 가하면서 자국 내 수입 물량을 막다보니 아무래도 기대심리로 현지 철강사들이 가격을 인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국(Fed.) 또한 최근 보고서를 내고 철강 관세 협상에 따라 자국 내 많은 지역의 철강 가격이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원자재인 철강 가격 상승으로 건축 자재 등에 대해서도 향후 몇개월 동안은 추가 가격 상승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실제 철강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미국 내 일부 제조업체들은 지난달부터 가격 인상 대열에 나서는 움직임이라 고객사 등의 가격 인상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다만 국내 철강 가격은 오히려 하락 추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자국 내 생산량을 줄이는 등 공급 조절에 나서면서 지난해 6월 이후부터 올해 초까지 열연 가격이 급등세를 나타냈다. 이후 가격 조정이 시행되면서 국내 내수가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내수가가 하락하는 대신 미국으로의 수출 가격은 상승하고 있어 국내 철강 업계는 미국의 통상압박이 오히려 기회라는 반응도 나온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개최하면서 "(쿼터제 시행 이후)수입량이 70%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양적인 감소량을 추월하고도 넘는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열연은 200달러 이상 상승, 후판과 강관 등도 인상된 상태로 북미와 남미, 동남아, 미국 모두 수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철강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압박 정책이 단기간에 끝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2000년대 초반 당시 미국 부시 대통령이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실시했으나 철강 가격 상승으로 인해 20개월 만에 이를 철회한 바 있어 이번 조치 또한 과거 사례처럼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는 확신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미국은 자국 내 철강 가동률을 높이고자 이번 대응책을 꺼냈지만 현지 철강사들이 생산량 증설 대신 가격 인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는 글로벌 수출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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