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철학은 ‘소득주도성장’이다. 집권 초기에 이 경제철학을 발표했을 때 많은 경제학자들이 어리둥절했다. 주류경제학에서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경제철학이기 때문이다. 용어에서 나타나는 ‘비과학적’인 구조도 과학적 사고에 익숙한 많은 경제학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성장은 곧 소득증가를 의미한다. ‘소득주도성장’이란 결국 ‘소득주도소득’ 혹은 ‘성장주도성장’이란 말과 같은 의미다. 경제정책은 대체로 소득증가를 정책목표로 삼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재정, 금융 등 여러 가지 정책수단을 활용하는 것이다. 정책목표가 소득증가인데 수단도 소득증가이니 논리적 설득력이 떨어진다.

소득주도성장 철학은 서민층의 소득을 증대시켜 새로운 소비를 창출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유도하자는 방향이다. 여기에서 ‘서민소득의 증대’는 곧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세금인상을 의미한다. 문제는 대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인상으로 인해 야기되는 투자 감소와 소비감소 폭이 서민들의 소득인상으로 발생하는 소비상승 효과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퇴보’로 간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옳은 방향이었다. 결국 먹고 사는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에서의 대기업은 ‘규제의 대상’일 뿐 친화적인 대상이 아니다. 잘못된 발상이다.

기업이 잘 돼야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일자리는 기업성과에 따른 파생된 수요라는 의미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이런 경제적 연관성에 대한 개념이 없다. 그래서 서민층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최저임금을 16.4% 높이는 획기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경제는 인체구조와 같다. 아무리 올바른 정책이라고 해도 정책 변화를 서서히 줘야 전체 경제시스템이 순조롭게 적응한다.

   
▲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없는 철학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 아닌, ‘기업주도성장’으로 가야한다. 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론을 고수하는 한 ‘경제퇴보’ 현상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비숙련 노동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아마 이로 인한 ‘경제적 도피행위’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게다가 7월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기업이 부담하는 노동비용은 더욱 높아져 기존에 있던 일자리도 계속 줄어갈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기업을 규제하면서 일자리를 강조하는 이유는 정부가 일자리 예산을 파격적으로 인상하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듯하다. 그래서 작년에 18조 원의 일자리 예산을 집행했고, 올해도 19조 원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 예산으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모두 ‘복지 일자리’지, 경제적 의미의 일자리가 아니다. 이런 파격적인 예산규모 만큼, 결국엔 우리 경제에 충격으로 나타나서 경제퇴보로 나타난다.

경제정책의 핵심은 경제성장이다. 경제성장은 기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래서 정부정책의 핵심은 ‘기업정책’이다. 일자리, 수출, 소비 등이 모두 기업정책에 파생해서 발생한다. 물론 대외 경제 환경 변화와 같은 우리 힘으로 조정할 수 없는 여건은 무시하자.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운이 좋게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성장 정책으로 인해 세계경제가 좋아지고 있다. 그래서 작년 세계경제의 평균 성장률이 3.8%이었고, 우리도 이런 경제 환경의 햇볕을 쪼여 3.1%의 성장률을 보였다. 다행히 세계경제호황에 힘입어 ‘최악’은 면했지만 경제성장률의 선두주자였던 한국이 세계경제의 평균치를 밑도는 열등생이 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없는 철학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 앞으로도 이 철학을 고수하는 한 ‘경제퇴보’ 현상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주류경제학에서 보여주는 경제성장 정책은 어렵지도 않고, 메시지가 너무도 뚜렷하다.

‘소득주도성장’이 아닌, ‘기업주도성장’으로 가야한다는 거다. 이는 한국 고도성장의 핵심철학이기도 했다. 한때 분배를 강조하던 선진국에서도 이제 모두 기업주도성장을 경제철학으로 삼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모두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 

모든 국가들이 주류 경제학의 성장이론을 바탕으로 기업중심의 정책을 펴고 있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소득주도성장’이란 철학으로 국민을 대상으로 경제실험을 하고 있다. 경제성장 이론이나 선진국의 동향을 보면서, 우리 경제정책 방향의 교훈으로 삼으려는 경제적 지력을 갖춘 인사가 이 정부에는 없는 것일까?

1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그 실험을 통한 반성은 없는 듯하다. 그리고 이런 정책방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규명되지 않은 하나의 가설급 경제철학을 실험하는 도박판에 국민의 경제적 삶의 미래가 달려있는 위험한 시대다. /현진권 경제평론가 
[현진권]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