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모습을 많이 보여왔지만 뭐니 해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족인 김소형 씨를 품에 안고 위로하던 모습을 첫 감동으로 꼽는데 주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지난해 5월10일 취임한 문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유족 대표로 글을 낭독했던 김 씨는 나중에 문 대통령에게 “아까는 너무 세게 껴안았죠. 우리 아빠 같아서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올해 4월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만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한 뒤 사상 처음으로 남북이 함께 공동언론발표를 하기 위해 ‘판문점 선언’에 서명하고 감동의 포옹을 선보였다.
남북정상회담 직후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83%로 뛰어올랐다. 이는 전주 대비 10%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맞아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조사한 결과에서도 83%의 지지율은 유지됐다. 가장 잘한 분야를 묻는 질문에 64.5%의 응답자 ‘남북관계 및 외교정책’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때부터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 선언이나 청와대 앞길 개방, 또 최근 50년만에 인왕산을 개방한 것은 획기적이다.
지금 청와대 앞길을 지나는 사람들과 택시기사들은 실제로 “진작 이렇게 개방할 길을 왜 그렇게 막으려고만 했던 것인지 모르겠다”며 격세지감을 말한다. 이제 사람들은 청와대 앞길을 24시간 산책할 수 있고, 사진도 자유롭게 찍고, 인왕산의 다양한 샛길을 통해 정상에 오를 수가 있게 됐다.
대통령이 시민들을 만나 셀카를 찍고, 또 누군가를 안아서 위로하고, 청와대 앞길에 인파가 오가고 피켓시위도 허용된 남한의 변화가 어쩌면 김정은 위원장의 마음도 움직인 것이 아닐까.
사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해 7월 독일에서 ‘베를린 선언’을 할 때에만 해도 북한은 “외국에서 흡수통일을 주장하고 다닌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담긴 서류와 USB를 문 대통령으로부터 넘겨받고 진지한 표정으로 오랜 시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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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뒤 포옹하고 있다./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
문재인 정부를 1년 가까이 지켜보던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남한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대화하기로 결심한 것을 놓고 북한은 물론 주변국 지도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한반도 운전자론’을 입증해보인 문 대통령의 능력은 ‘신뢰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에 특사 자격으로 다녀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상당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남한에 특사로 내려온 김여정 1부부장이나 판문점에 동행한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의 태도도 처음 대면하는적대 국가 지도자를 대하는 것이라고 보기에 참 스스럼없었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포옹하고, 김정숙 여사가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와 손을 잡고 걷던 모습에서 많은 국민들이 감동받은 것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남한과 미국을 향해 엄포를 놓던 북한의 지도자 모습이 겹쳤기 때문이다. 국민은 물론 기자들도 화면을 지켜보면서도 내 눈을 의심하며 탄성을 터트렸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취임 2년차를 맞는 문 대통령이 국내에서도 협치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국회에서 여야간 협상이 안된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야당 지도자들을 만나 설득하는 리더십을 보일때 문 대통령의 신뢰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모처럼 조성된 한반도의 대화 무드가 완전한 평화 정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라도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