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경쟁력 소홀, 시골 이장 면장행태는 곤란

   
▲ 조우석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
“잘 생긴 내 외모를 진보좌파 운동에 활용하겠다.” 몇해 전 서울법대 교수 조국이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공언했다. 연예인이나 정치인도 아닌데 그렇게 유치한 발상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지만, 막상 핸섬한 조국의 존재감은 전 같지 않다. 흔한 강남좌파의 한 명에 정이 안가는 타입이라는 게 중평이다. 진중권-손석희와 함께 논문 표절 ‘3대 천왕’이라는 것도 아는 이는 죄다 안다. 조국보다 외모 덕을 더 짭짤하게 보는 이는 따로 있는데, 그게 이번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 중인 박원순 후보다.

그는 조국의 전략과 정반대인데, 좀 어리숙해보이는 듯한 고단수의 전략을 구사한다. 수가 높다면 조국보다 한 수 위일 수 있다. 많은 게 의뭉스러운 박원순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구수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없지 않은데, 그걸 무기 삼아 시민을 현혹시키는 방식인데, 그동안 아주 성공적이었다. 며칠 전 지인(知人) 한 분이 내게 보내온 카톡이 그걸 확인시켜줬다. 미디어펜에 나간 필자의 칼럼 ‘박원순, '성형잠적설' 부인은? 좌파도그마 편향돼’를 읽은 경제사학자 한 분이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 성형설에 휩싸였던 박원순부인 강난희씨가 공개석상에 나타났다. 새민련 박원순후보와 부인 강난희씨가 30일 서울 구로구 구로3동의 투표소에서 사전투표하고 있다.

“박원순은 가슴에 비수를 품고 있지만, 겉으론 참 무난해 보이지 않던가요? 대중의 눈엔 전혀 과격해 보이지 않을 겁니다.” 생각해보니 그게 맞다. 월 250만원 임대료의 강남 60평대 황제 아파트에서 살던 사람, 대기업 협찬으로 살던 그를 시민들이 무난한 인물로 속아주는 것 자체가 신기할 뿐인데, 역시 그의 외모 덕이 적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서민 흉내를 내는 것도 꽤 먹힐 것이다. 밑창을 일부러 쥐어뜯은 구두를 신고, 한여름 런닝셔츠 차림에 부채질하는 '착한 아저씨' SNS 사진에도 동질감을 느낀다. 그러고 보면 자식 걱정하는 앵그리 맘이나, 먹거리에 관심 많은 젊은 학생들이 정치인을 바라보는 안목이란 것도 우습긴 하다.

유모차를 끌고 나오거나 광화문을 점거한 채 “뇌 송송 구멍 탁”을 외치던 그들은 지금 너무 조용하다. 아직 열다섯 살밖에 못 살았다고 울부짖던 그들이 감사원이 적발해낸 농약 급식 문제엔 왜 입을 닫고 있는 거지? 친환경 식자재를 공급한다던 업체와 수의계약을 하고 400억 원 이상의 혈세를 더 줬다는데도 선거 이슈로 크게 부각이 안 되고, 거리로 튀쳐 나오는 이도 거의 없다. 착한 아저씨처럼 보이는 박원순의 위선적 얼굴 앞에 사람들이 그냥 무장해제되는 걸까?

그렇게 성공적인 듯 보이던 박원순이 오늘 최악의 한 수를 뒀다. 장고 끝에 악수(惡手)라더니 그 경우이고, 농약급식과 함께 6.4 지방선거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가 성형 잠적설이 돌던 부인 강난희씨를 드디어 대중 앞에 공개한 것이다. 사전투표 첫날인 5월 30일 외부노출이 없었던 부인과 함께 나타나 투표 인증샷까지 과감하게 찍었다. 강난희 씨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일 이후 처음인데, 박원순으로서는 엄청 고민 끝내 내린 결정이었으리라.

며칠 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5월 29일자 6면) 발언과도 전혀 달랐다. 그는 그 자리에서 "아내가 많이 힘들어 한다."고 털어놓았다. 가관은 그 다음의 발언이다. "내조는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아내는 처음부터 조용한 내조를 하며 언론에 드러나지 않겠다고 했고, 나도 그 약속을 지키고 싶다. (아내를 공격하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서울 시민이 바보인가?" 그 말은 논란 속의 아내 얼굴을 투표일까지 절대로 공개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자, 대중적 선언이었다.

그러던 며칠 새 마음을 바꿔서 아내와 함께 돌연 등장한 것부터 크게 놀라운데, 그건 성형의혹을 정면돌파하면서, 그보다 파문이 더 큰 농약급식 문제를 덮어주는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결과는 어떠할까? 내 판단으로 현재까지의 결과로는 패착이 분명하다. 지금 인터넷 여론은 반반이지만, 이럴 줄 몰랐다는 판단이 의외로 우세해서 선거 막판 최대 변수의 하나다. 얼굴사진이 주는 효과가 너무 큰 탓에 친박원순, 반박원순 입장과 상관없이 "할 말이 없다." "이럴 줄 몰랐다"는 식의 반응이 생각보다 많다.

베스트 댓글의 하나가 이렇다. "성형 전 사진 보니 저 정도면 떡칠 성형을 하신거죠. 안타깝네. 8억 원 빚 졌다면서 돈을 처바르고…." 그게 상식적 반응이 아닐까? 척 봐도 자연스러운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 남편과 셀카놀이까지하면서 애써 포즈를 잡아봤지만 웃어도 웃는 게 아닌 억지웃음의 전형이다. 활짝 웃지 못할 정도로 과도하게 손을 댔거나, 아니면 아주 최근까지도 시술을 한 후유증일 수도 있다.

아니 자신의 얼굴을 향한 대중의 의혹 앞에 주눅 든 표정이 역력한데, 자세히 보면 입술 양끝과 양 볼이 너무 작위적이다. 거기에 눈과 코끝까지 손을 대지 않은 부위가 거의 없을 정도다. 심해도 너무 심했다. 적지 않은 네티즌들이 지적하듯, 여자나이를 못 속이는 목주름과 손등의 짜글짜글한 주름이 잔뜩 부은 얼굴과 너무도 대조적이라서 안타깝기까지 하다. 한두 번이 아니라 10차례 내외 반복해서 시술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시술 기간도 수년에 걸쳤을 걸로 추정된다.

일부 호사가들이 저 정도면 수술비용 견적이 얼마 정도 나왔을 것이라고 수근대는 것도 지나친 추론만은 아니다. 결국 남편 박원순의 얼굴이 그동안 훌륭한 정치적 자원이었다면, 드디어 공개한 부인의 외모도 무기는 무기라는 판단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금 상황에서 후폭풍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데, "(성형의혹 주장하는) 네거티브 선거 운동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서울 시민이 바보인가?"라고 잡아뗐던 박원순은 정말 곤혹스러워졌다.

나경원 "농약급식보다 나쁜 것은 박원순의 태도"

지난 5월 19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정몽준이 박원순에게 "1억 원 피부과 이야기로 가장 많이 덕을 보았지 않느냐? 지금이라도 당시 나경원 후보에게 사과할 용의가 없냐?"고 묻자 "우리 캠프에서 주장한 게 아니고 시사주간지에서 그 문제를 다뤘다"라고 둘러댔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건 완전 거짓말이었다. 3년 전 박원순 캠프의 대변인이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1억원짜리 강남 피부샵을 들락거리린 공직자가 과연 서민의 고통과 아픔을 이해할 수 있겠나"는 발언을 한 동영상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며칠 전 나경원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 나서서 "농약급식보다 더욱 나쁜 것은 박원순 후보의 태도"라고 지적한 것도 절대 과한 게 아니었다. 걸핏하면 말을 둘러대고 거짓말을 하던 그에게 가장 크게 당했던 당사자의 한 마디는 어떤 말보다 호소력이 크지 않을까? 최근 며칠 새 서울 시민들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서울뿐이랴? 우리 선거역사에서 거의 유례없던 한 유력 후보의 배우자와 관련된 성형의혹이라서 가히 정치적 스캔들이 분명하고, 그래서 전국적 관심이다.

   
▲ 박원순후보가 성형설이 나돌던 부인 강난희씨와 사전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으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사실 나는 박원순의 외모와 그의 부인의 비밀 따위엔 큰 관심없다. 지난 번 칼럼에서 쓴대로 "대한민국 대중정치인 중 가장 확실하게 좌파적 가치관을 대중적 형태로 구현하고 있는 인물"이 그이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에 대한 신념이 결여된 대표적 정치인이라서 걱정할 뿐이다. 결격사유 중 가장 큰 것은 따로 있는데, 실은 그걸 한 번 지적하고 싶었다. 그건 박원순이 '도시 자체를 모르는 거대도시의 엉터리 시장'이라는 점이다.

친환경을 좋아하고 마을공동체 짝사랑에 빠진 박원순에게 맞는 자리는 시골의 이장, 면장, 읍장 정도라는 주장을 하고 싶었다. 싱가포르-샹하이-홍콩 등 거대도시와 경쟁해야하는 인구 1000만 명의 메트로시티 서울의 큰 그림을 그리고 대전략을 구사하며, 비전을 전할 정치인으로는 전혀 깜이 아니라는 게 오래 전부터 내 판단이다. 깜이 안 되니 입으로 내세우는 게 착한 개발, 품위있는 개발 따위의 말장난의 허구도 지적하려했다.

삶의 질,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재개발을 입에 올리는 것도 자신이 전형적인 좌파임을 새삼 보여준다. 그 얘기를 잠시 미룬 채 선거 직전에 다시 한 번 정리해 올릴 생각이지만, 오늘은 그의 어리숙한 듯 으뭉스러운 얼굴과, 부인의 팅팅 부은 듯 묘한 얼굴을 집중 거론해봤다. 서울시장 후보와 그의 배우자의 얼굴이 선거전의 무기 아닌 무기로 등장한 기묘한 선거가 이번 6.4지방선거다. 그래서 흥미롭고, 그래서 심사가 묘하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