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대통령 인기는 높은데 정작 살기는 힘드네요.” 한 기업인의 푸념이다. 이는 우리 경제 전면에서 뛰고 있는 기업들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는 말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지 1년이 지난 가운데 기업들은 쉽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반기업정서’ 확대로 기업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강대국들의 ‘경제전쟁’이 심화되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재벌개혁’을 앞세워 대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이 같은 기조는 문재인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 관련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일 10대그룹 전문경영인들과 정책간담회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재벌개혁의 속도와 강도를 현실에 맞춰 조정하되 3년 내지 5년의 시계 하에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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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기업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궁극적인 개혁 취지는 공감하지만 지원정책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 강대국들이 기업 친화정책으로 성장을 유도하는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규제와 압박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의 ‘팀워크’가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바람이다.
최근 1년 동안 기업들은 정부의 눈치 보기에 바빴다. 이 때문에 경영 전반에 역동성이 떨어지고, 선제적 투자보다는 ‘안전 주의’가 자리잡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기조가 지속되면 기업들의 혁신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국내 산업의 혁신활동 현황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살펴보면 국내 산업은 기술개발과 사업개발 혁신에 기반한 생산성 증대 전략이 시급히 요구되지만 저수익성 사업구조를 띄고 있다. 혁신보다는 현상 유지에 의존하고, 고성장업체는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다.
4차산업혁명 업종을 인수합병(M&A)하는 경우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종 M&A가 한국은 2015~2017년 이전 3년보다 17% 늘었다. 이는 중국(282.1%)을 제외한 미국,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제조업의 경우 한국은 같은 기간 54.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462.4%), 일본(277.3%), 미국(118.7%) 등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4차산업혁명 트렌드에 대응해 장기적이면서 거시적신 시야에서 민간부문의 혁신투자를 촉진하는 포괄적인 정책 수립이 요청된다”고 조언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 교역의 1,2위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 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해법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비중이 79%에 달하는 상황에서 대중 수출의 감소가 우려되고, 미국의 통상압박이 한국의 철강, 태양광 패널 등으로 이어지고 있어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수출 판로가 막히면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정부와 기업간 의사교환을 통한 합리적인 대안 도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최근 세미나에서 “현재 무역갈등이 완화되는 것처럼 보여도 양국의 통상기조 상 언제든 관계가 다시 냉각될 수 있다”며 “다자간 무역협정 등 대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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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0일 열린 10대그룹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제공 |
한편, 한반도 긴장 완화는 기업 경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경연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5월 전망치는 100.3을 기록했다. 한경연은 5월 효과 외에 4월 실적악화에 따른 기저효과,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감소한 점도 전망치 상승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송원근 한경연 부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라며 “미·중 무역 갈등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금융·환율 변동성 증가, 신흥국 경기 둔화 등 우려요인이 남아있어 대외적 요인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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