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최근 금융감독체계 개편 등에 대해 윤석헌 신임 금감원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견해차가 드러나면서 금감원-금융위 간 갈등이 촉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국의 말만 믿고 자본을 확충한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에 대해 품었던 기대감도 점점 우려로 바뀌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법인 45개 증권사의 평균 순자본비율(NCR)이 무려 520.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NCR이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 지표다. 영업용순자본에서 위험액을 뺀 뒤 필요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눠 계산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자본 여력이 크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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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금융위원회 |
NCR 상황이 좋아진 것은 국내 5대 증권사, 즉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의 영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초대형 IB들의 평균 NCR은 1687.4%로 증권사 전체 평균의 3배가 넘는 상황이다. 5개사를 계산에서 제외할 경우 증권사 평균 NCR은 145.8%포인트하락해 374.7%까지 떨어진다.
증권사별로는 특히 미래에셋대우의 NCR이 2386.6%를 기록해 업계 평균 대비 4배를 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의 NCR도 각각 1811.2%, 1609.0%, 1469.9% 등을 기록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가장 낮은 1160.1%를 나타냈지만 증권사 평균에 비하면 2배를 넘는다,
좋게 보면 초대형IB들의 재무 상태가 매우 안정적이라는 뜻이 되지만 사정을 자세히 알고 보면 거대한 ‘비효율’이 있다. 필요 이상으로 NCR이 높다는 건 그만큼 쌓아놓은 자금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중이라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초대형 IB로 지정된 회사들이 자본을 이렇게까지 키운 이유는 지난 정부 금융당국이 추진한 초대형 IB 사업 때문이다. 특히 작년 초대형IB 증권사를 선정하면서 금융당국이 필수 조건으로 ‘자기자본 4조원’이라는 걸었던 여파가 컸다.
정작 정권이 바뀌자 문제는 초대형 IB 사업은 위기에 봉착했다. 초대형 IB의 핵심인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받은 아직 한국투자증권 한 곳밖에 없다. 잘해야 이번 달에 NH투자증권이 인가를 받느냐 마느냐의 상황이다. 자본 요건은 갖췄지만 대주주 적격성이나 예전에 제재 등이 발목을 잡았다.
설상가상으로 금융감독원장이 계속 바뀌면서 정책 안정성이 위협을 받았다. 그나마 이번에 취임한 윤석헌 신임 금감원장은 별 문제 없이 오래 갈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윤 원장은 교수 시절 초대형 IB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바 있다.
작년 10월 금융행정혁신위원장 당시 금융 혁신과 관련한 권고안 발표를 통해 윤 원장은 “초대형IB의 신용공여는 결국 은행과 같은 기업대출 성격인데 이것이 IB 본연의 기능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초대형IB 사업 그 자체에 대해 의문을 드러낸 발언이다.
그런 윤 원장은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근 이슈에 대한 견해를 달리 하며 갈등을 빚을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윤 원장이 취임 이후에도 금융감독체계 개편 이슈를 언급하자 최종구 위원장이 “감독원장이 새로 왔다고 해서 이 문제(감독체계 개편)를 새롭게 논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빚어내는 갈등의 서막을 투자업계는 아주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윤 원장이 교수 시절과 똑같은 철학을 이어가시는 걸 오히려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금융위와의 갈등이 커질수록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져 업계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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