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대통령, 삼초초려 정파 초월 덕망 인품 갖춘 새총리 발탁해야

   
▲ 성준경 미디어펜 논설위원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 등 그동안의 의혹들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말 전격 자진 사퇴했다. 한때는 여야를 불문한 성역 없는 수사로 국민 검사라는 호칭을 얻었고, 세월호 참사 이후의 민심수습과 관피아 척결이라는 국민적 여망 속에 총리후보로 발탁된 안대희 후보자의 불명예 퇴진은 안타까움과 함께 씁쓰레함을 더하고 있다.

지금은 대통령과 정부는 물론이고 국가적 견지에서도 비상시국이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대통령과 청와대가 위기 국면 돌파를 위해 숙고 끝에 내어놓은 총리 후보자가 낙마했다. 이제 공은 다시 박근혜 대통령에게로 넘어갔다. 박 대통령의 차기총리 후보 지명과 각종 시국현안에 대한 그동안과 다른 비상한 해결책을 기대해 본다.

안대희 낙마를 통해 본 청와대의 인사시스템 및 전면 개편 필요성

박근혜 정부의 인사 참사는 이번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낙마를 포함 10 차례 정도에 이른다. 한두 번도 아니고 동일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은 분명 대통령의 인식과 함께 청와대 인사시스템 그 자체가 불능 아닌가? 하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안대희의 낙마는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근본적인 대수술을 요구하고 있다.

안대희 후보자의 주요 낙마요인은 그가 대법관 퇴임 후 10개월간 27억의 ‘전관예우’를 의심케 하는 거액 변호사 수임료를 챙겼다는 의혹에서 기인한다. 전관예우에 따른 주요 공직 후보자의 대표적인 낙마는 이명박 정부의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와 박근혜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 지명자였던 김용준 전 헌재소장 등이 있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는 로펌에서 7개월간 7억 7000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이 문제가 되었다. 김용준 후보 역시 로펌에서 근무한 7개월 동안 7억 원가량의 수입을 올린 것이 화근이 되었다. 두 사람 모두 ‘전관예우’로 낙인찍혀 자진사퇴했었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인사시스템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전·현직 정부의 감사원장과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 문제로 낙마한 전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 후보자로 내정한 것 자체가 상식선에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아울러 이번 국무총리 발탁의 요인은 세월호 참사 때문이지 않았는가! 또한 신임 국무총리는 세월호 사고원인의 한 축이었던 관피아 척결이라는 당면 현안과제를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었지 않은가!

   
▲ 박근혜 대통령은 정파를 초월해 덕망과 인품을 갖춘 인재라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총리 후보자로 영입해야 한다. 안대희실패를 되풀이해선 안된다.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일반인도 판단할 수 있는 안대희 후보자의 ‘전관예우’ 문제 부분을 대수롭지 않게 치부하고 넘어간 것 자체는 인사검증에 문제가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만약 청와대가 안대희 후보자의 거액 변호사 수임료 내용을 몰랐다면 이는 청와대 인사시스템 자체가 아예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는 방증으로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안대희 후보자에 대한 부실 검증은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비서관 등 법조계 출신라인들이 했다. 문제는 이들의 사고이다. 이들은 안 후보자가 10개월 간 27억원이라는 일반 국민들이 상상조차 힘든 거액 변호사 수임료를 받은 것에 대해 법조계 관행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대충 넘어간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이들 청와대 핵심라인이 문책되지 않고 건재하다면 향후에도 이와 같은 민심과 유리된 인사를 반복할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지금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일각에서 조차 김기춘 비서실장과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을 포함한 전면 개편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김무성 의원도 이와 같은 지적을 한 바 있다. 청와대는 현재 인사시스템 라인과 함께 정무라인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박준우 정무수석은 외교관 출신의 한계를 보이며 여야를 넘어서는 정치력은 차치하고라도 민심소재에 대한 정확한 동향 파악과 대통령에 대한 직보 등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세월호 참사 이후 심기일전(心機一轉)을 다짐하던 박 대통령과 정부에 더욱 큰 짐을 안겨주었다. 민심은 청와대를 포함한 내각전체의 전면적 쇄신을 통한 국정동력 학보와 민심안정을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승적 발상전환의 필요성

안대희 후보자의 낙마로 세월호 참사 이후 방황하던 민심은 더욱 표류하고 있다. 국정공백은 장기화 될 조짐이다. 내수경제가 활기를 잃은 상태에서 국가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뿐 아니라 국가적 위기 국면에 봉착해 있는 상황이다. 선거가 눈앞에 다가와 있고 여야는 나라와 국민에 대한 진정성보다는 표를 의식한 정략적 접근법으로 당면한 정국을 재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현 시국을 엄중하게 생각하는 가운데 정국동력을 확보하고 민심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정국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의 위기 국면은 박 대통령의 사고와 의지에 따라 반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세월호 참사와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낙마는 박근혜 대통령의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지방선거 정국이지만 박 대통령은 이제 여야 정파를 초월해야 한다. 즉 생즉필사(生則必死, 사즉필생(死則必生)의 각오로 본인이 말한 국가개조를 위한 국정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동반되어야 할 필수요건은 국민을 감동시키는 일이다. 국민의 감동촉발을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지금껏 정파를 넘어서 지적받아온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해 겸허한 반성과 함께 그 집착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 거듭되어 온 박근혜 정부의 인사실패는 대통령의 폭 넓지 않은 인사풀과 이에 대한 대통령의 집착에서 기인한다. 박 대통령은 이제 본인의 수첩과 정파적 색채와 지역을 넘어 능력과 함께 바른 인성에 기초한 국민이 감동할 수 있는 인사를 물색해야 한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주요 인사 가이드라인 이었던 군장성과 율사에 대한 미련도 버려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그 이전과 그 이후로 대통령과 정부·여야 정치권 뿐 아니라 국민들의 사고체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를 명백히 제시했다. 즉 세월호 사고는 과정을 무시한 결과지상주의와 정신이 배제된 물질주의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일깨워 준 대한민국의 전환과 맞물린 일대 사건이었다. 아울러 국민과 공감하지 못하는 권력의 운용은 결국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음을 일깨워 주었다.

이제 박근헤 대통령은 본인이 지난 세월호 참사 기자회견에서 흘린 눈물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근본적인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 국민적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즉 권력에 의한 힘의 과시가 아닌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나눔과 배려의 마음, 강한 원칙과 법에 의한 운영 이면에 국민과 함께하고자 하는 근원적 마음의 기초가 담긴 가운데 박 대통령이 설계하는 국가개조의 밑그림이 그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본인 스스로 사의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김기춘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라인을 포함한 전면적 청와대 인사와 함께 차기총리 및 내각에 대한 쇄신인사를 단행해야 할 것이다.

당장 당면한 총리 인사에서부터 박 대통령은 자신과의 관계 유무를 떠나 정파를 넘어 비판세력까지 포함해 국민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깊은 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개혁적 마인드를 가진 인사를 찾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인물을 찾아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정파를 넘어서 마음으로 찾고자 한다면 그런 인물이 의외로 가까이 있을 수 있음을 박 대통령은 유념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 정파를 넘어서 국가와 국민을 최우선시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신념과 그에 따른 발상이 기초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박 대통령의 발상전환과 함께 그에 따른 총리내정과 합당한 정국쇄신책을 기대해 본다.

차기총리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인물이 되어야

이번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총리는 보이지 않았다. 정흥원 총리는 사고 수습과정에서 그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고 희생자 가족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자 하는 배려의 마음도 부족했다. 이런 점 때문에 희생자 가족들은 총리를 배제하고 직접 대통령을 상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가 지난 2008년 5.12일 중국 쓰촨(四川)성에서 일어난 대 지진 현장에서 보여준 리더십은 국가지도자의 현안인식과 처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쓰촨성 대지진은 규모 8.0의 초대형 지진으로 사망·실종자가 8만7000여명, 중상자만 37만 명이 넘는 대참극이었다. 이 때 원자바오 총리는 사건 발생 1시간 30분 후에 베이징에서 사건이 발생한 산골 마을에 도착해 구조작업을 진두지휘하면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울지 마라, 나와 중국 정부가 너희들을 책임질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원 전 총리의 고통 받는 희생자와 함께 나누고자 했던 눈물과 그 말은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원 총리의 이런 모습은 국가적 대위기 앞에 직면해 불안해하는 중국 국민과 실의에 빠진 희생자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 절망에 낙담해 하는 희생자 가족들과 구조작업을 지켜보고 있던 중국 국민들은 정부가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혼연일체가 되어 국가적 위기를 극복했다.

지금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 어떤 국가적 재난상황에서도 정부가 우리와 함께 있고 우리 편이라는 국가에 대한 신뢰와 함께 마음의 위안이요 치유이다.

이런 면에서 박 대통령은 현재 처한 국가적 현실 앞에서 비록 자신과 견해와 정파가 다르고 심지어는 강한 비판세력일지라도 국민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과 덕망을 가진 인물이 있다면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해서라도 그를 영입해 후임 총리로 내새워야 한다. 그가 총리직을 훌륭히 잘 소화해 국민의 칭송을 받는다면 그 모든 공은 대통령에게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박 대통령 정파를 넘어서 사즉생의 마음으로 이런 인사를 단행한다면 역사와 국민의 후한 평가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원자바오 같은 국민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권력의 이미지가 아닌 봉사와 나눔의 마음을 가진 덕망 있는 총리를 요구하고 있다. [미디어펜=성준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