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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현 산업부 기자 |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대한민국에서 경영권을 지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다. 상속세 때문이다. 한 세대가 일군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줄 경우 최대 50%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최대 주주 할증 포함시 최대 65%까지 늘어난다. 평생을 노력해서 일군 결실을 ‘상속세’란 명목으로 나라가 빼앗아가는 거다. ‘약탈’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상속세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경우는 많이 없다. “기업이 그 정도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정서 때문이다. 잘못된 생각이다. 상속세를 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 ‘이중 과세’다. 이미 소득과 재산에 대한 세금을 지불했는데 또 다시 상속세를 내는 것이 어떻게 당연한 것인가. 캐나다와 호주는 이런 이유 때문에 상속세를 폐지한지 오래다. 복지 천국으로 알려진 스웨덴도 지난 2005년 상속·증여세를 폐지했다.
어느 모임에서 만난 한 고위 공무원은 “우리나라 대기업이 잘못한 것이 많다”며 “왜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이 왜 잘못이냐”고 묻자 말문이 막혔는지 소위 ‘아몰랑’으로 일관했다. ‘그럼 그렇지’ 싶었다. 부자에 대한 막연한 적대감에서 발생하는 흔한 사례다. 이를 전문 용어로 ‘반기업정서’라 한다.
이 같은 ‘반기업정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아버지가 이건희 회장이라는 이유로, 할아버지가 이병철 삼성 창업주라는 이유로 그는 세상의 모든 미움을 독차지 하고 있다. “부모를 잘 만나서 승승장구 하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이유에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모두 다 주지하다시피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
각자 타고난 것이 다른데 공평함을 꿈꾸는 것은 인위적이다. 우리는 부모로부터 다양한 것을 물려받는다. 좋은 머리, 뛰어난 외모, 체력, 끈기, 성실함, 말솜씨, 경제력 등 다 부모가 물려준 것이다. 그러나 ‘미모’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지만 ‘경제력’에 대해서는 막대한 세금으로 응징한다. 다른 것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유독 ‘경제력’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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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
먹고 사는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단 뜻이겠지만, 이 ‘격차’를 인정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꼬여 버린다. 그리고 이 같은 정서는 ‘상속세’를 더욱 공고해지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을 뿐 아니라, 기업의 상속을 처벌하는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물론 다른 나라에도 상속세는 있다.
일본의 경우, 기업 경영권을 상속하면 50% 이상의 상속세를 내게 돼 있지만, 여러 가지 특례 제도가 존재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상속세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독일에도 상속세가 존재하지만, 기업을 상속을 받은 자가 경영을 계속 이어나가는 동안에는 세금을 내지 않게 돼 있다. 기업 상속을 장려하는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기업을 상속할 경우 상속세를 매겨 기업의 경영권 자체를 빼앗는 구조로 돼 있다. 약 65%의 상속세를 한두 세대에 걸쳐 지불하다 보면, 경영권이 위협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순환출자 구조를 ‘악’으로 규정, 이것마저 해지하라고 하니 소수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이뿐인가. 최근 국세청이 대기업 30곳과 자산가 20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부의 세습’이 일반 납세자에게 박탈감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은 대주주가 부도덕해서가 아니라 경영권을 지킬 수 없는 ‘약탈적 상속세’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경영권을 정상적으로 상속할 방법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사회주의와 다를 바 없는 높은 상속세가 이어지는 한 경영권 보호수단은 요원하다. 한 세대가 일군 기업을 이런 식으로 소각시키는 제도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막대한 상속세를 내고도 경영권을 지킬 수 없는데, 누가 이런 나라에서 기업을 하고 싶겠는가. 상속세 폐지가 답이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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