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높고 일자리 창출 많이하는 대기업규제 풀어야

   
▲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원장
이제 겨우 금년 상반기를 지나고 있는데,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이 연초에 발표한 금년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와 그로 인한 경제심리의 위축이 한 요인일 것이다. 그런 심리적 요인은 시간이 지나면 해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경제의 저성장 기조에는 보다 근본적인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깔려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잠재성장률은 계속 낮아질 것이고, 실업은 계속 줄지 않을 것이고, 소비와 기업투자는 계속 침체될 것이고, 가계부채와 국가부채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한국경제의 고령화는 더 가속화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돌발적 위기상황으로 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지금 한국경제의 문제는 돌발적인 위기보다는 서서히 시들어가는 만성 난치병 증세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1997년의 외환위기는 심장마비와 같은 급작스런 생명의 위협이었다. 심장마비를 당해도 체력이 강한 사람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바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듯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경제도 체력이 비교적 튼튼했기 때문에 경제위기를 겪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경제가 예상하지 못한 돌발변수에 의해 경제 상황이 악화될 때 과연 한국 경제가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지 얼마나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지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지금 한국 경제의 생산성과 복원력이 얼마나 강한가를 평가해봐야 한다.

체력이 강한 경제는 외부의 충격이나 일시적 불경기를 쉽게 극복하고 곧 정상을 회복하지만 체력이 약한 경제는 별 것 아닌 외부의 충격에도 경제위기를 겪을 수 있다. 그렇다면 한 나라 경제의 체력, 즉 경제의 자기 회복능력은 무엇이 결정하며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

국가경제도 하나의 생산단위다. 그 나라에 존재하는 생산 요소를 투입해서, 그 나라 국민이 원하는 생산물을 만들어 내는 거대한 하나의 조직이다. 이 과정에서 투입되는 수량과 생산되는 생산량이 비율을 국가생산성 또는 국가경쟁력이라고 한다. 국가생산성이 높은 경제가 바로 국민소득이 높은 경쟁력 있는 경제다. 따라서 우리가 경제체질을 강화해서 경제위기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국가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국가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논리적으로는 간단하다. 투입량과 산출량의 비율을 극대화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요소의 공급과 배분이 시장원리에 따라 이루어져 생산에 투입되는 자원이 생산성이 낮은 부문에서 높은 부문으로 이전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 경제는 형평과 균형을 명분으로 오히려 생산성이 높고 장래 소득과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억누르고, 생산성이 낮고 장래성이 의문시 되는 부문으로 생산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국가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 한국경제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경제연구소들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불치의 난치병을 앓고 있다. 형평과 평등이데올로기에 매몰된 경제민주화와 반기업적 포퓰리즘들이 생산성이 높고 일자리창출가능성도 높은 대기업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침몰한 세월호주변에서 해경정과 민간어선들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생산자원은 물론 사람이고 이를 공급 배분하는 시장이 바로 노동시장이다. 지금 한국의 노동시장에는 구인난과 구직난이 공존하고 있다. 이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시장이 아니다. 일자리 가진 사람을 보호한 결과,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의 일할 기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생산에 긴요한 자본과 토지라는 생산요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요소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하는 만큼 우리 경제의 자기회복능력과 생산성은 그만큼 떨어진다.

급작스런 질병만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암과 같이 자각증상 없이 서서히 진행되는 질병도 결국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한다. 나라경제도 외환위기와 같은 돌발적인 위기만이 위기가 아니라, 알지도 모르는 채 진행되다가 문제가 있는 것을 알았을 때는 더 이상 치유가 불가능한 난치병과 같이 나라 경제도 서서히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죽어갈 수 있다.

지금 한국경제를 잠재적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성장잠재력의 하락이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1980년대 말 8%대였다. 그 때는 연 10%는 성장해야 호황이라고 생각했고, 성장률이 6%만 돼도 불경기라고 아우성 치곤 했다. 2014년 현재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3%대다. 5%만 성장해도 경기과열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만약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잠재성장률이 0%가 될 수가 있다. 2030년 경에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1% 미만이 될 것이라는 OECD의 전망은 오히려 낙관적 전망에 가깝다. 이는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지고 한국경제가 장기불황으로 떨어지는 상황이다. 엔진이 꺼진 후에는 이를 되살리기 위해 엄청난 고통과 비용을 치러야만 할 것이다. 일본이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이런 고통을 치르고 있다. 이것이 한국경제가 지니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다. 금년 성장률이 작년보다 높았다든지 연초 예측치 보다 낮다든지를 놓고 일희일비 할 때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한국이 비교적 선방했다고 자만하는 사이에 서서히 회복 불능의 난치병이 우리 경제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에 퍼져가고 있는 이름 모를 난치병이 한국 경제의 생명을 위협하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이념과 노선의 문제가 아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원장,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이 글은 필자가 문화일보에 게재한 것을 수정, 증보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