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또 진보 좌파들의 공짜공약에 무릎 꿇을 것인가, 우파 단일 후보화는 시대의 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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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미 용화여고교사, 교육학박사 |
‘6·4 교육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거리 곳곳이 시끌벅적할 때인데도 조용하다. 선거가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다. 상황이 이러니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얘기를 해서 뭐할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교단에 서는 교사로서 교육감 선거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교육감 선거는 그야말로 안개 속이다. 교육감 후보가 누구인지, 후보별 공약은 무엇인지, 어떤 교육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아는 유권자가 없다. 자녀의 교육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거인데도 그렇다. 최근 중앙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서울시교육감 후보에 대해 ‘모름·무응답’이 53.0%에 달했다.
교육감은 매우 중요한 자리다. 권한은 정말 막강하다. 교육공무원 지휘·감독권, 교육예산 편성권, 초·중등학교 교직원 인사권, 교육관련 조례제정권, 학교 신설 및 이전 인가권, 유치원 설립 인가권, 사설학원 감독권 등. 이러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능력을 갖춘 사람을 뽑아야 한다. 교육전문가와 교육행정가로 일해 본 적이 없는 한량이어서는 곤란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재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사람들 기본자질이 의심스런 후보도 적지 않다.
전국의 시·도 교육감 후보들은 앞 다퉈 ‘학교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앞뒤가 맞지 않은 공약 또한 안전공약이다. 안전은 공짜가 아니다.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분야다. 문제는 예산이 공짜 공약에 ‘털린’ 상태라는 점이다.
해마다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돈은 천문학적이다. 학교시설 보수, 안전시설 확충, 교육환경 개선 등에 들어가야 할 돈이 공짜에 퍼부어져 안전재원이 바닥상태다. 교실에 비가 새고 체육관이 낡아 붕괴위험이 있어도 개·보수 할 여력이 없다. 그것이 벌써 여러 해다. 화장실 변기는 낡고 파손돼 악취가 심하다. 학교에서 용변을 보기 싫다는 학생들의 반응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급식실이 노후화되고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제때 교체하거나 신축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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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단체와 공학연등으로부터 서울시 교육감선거 보수단일후보로 추대된 문용린 후보. 현 서울시 교육감이다. |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 123개 학교의 건물이 재난위험 시설이라고 한다. 121개 학교는 D등급으로 긴급 보수가 필요하거나 사용제한을 해야 하며, 2개 학교는 E등급으로 즉각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평가다. 언제 어디서 대형 사고가 발생할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전체 학교 교육 시설 6,111개 동 중에서 31년 이상 경과한 노후시설이 1,734개 동으로 전체 교육시설의 28%나 된다. 전국의 재난위험시설 110개 동 중 32%에 해당하는 35개 동이 서울에 있다. 안전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
학생들의 심리적 안전과 안정도 무너지고 있다. 최첨단 시대인 21세기 교실에서 냉방시설을 가동치 못하고 있다. 다가올 여름철 폭염이 정말 걱정이다. 찜통더위에 아이들의 불만 수위는 붕괴 직전이 될 것이다.
‘안전’ 문제의 심각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무상공약에 재원을 쏟아 붓는 요즘 제2의 세월호 사고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 현장시설과 환경실태를 파악했으면서도 “나 몰라라”다. 상황이 이런데도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표를 얻는 데만 혈안이다. 무상복지 공약으로 일단 표를 얻고 보자는 심산이다.
혁신학교 공약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혁신학교는 진보 교육감들이 추진한 공약이다. 학급당 인원수를 25명 이하로 줄이고 평가를 자율적으로 한다. 중간고사를 없애고 수행평가로 대체하거나 기말고사 한번 만 보기도 한다. 현장학습 비중을 늘리는 것도 포함돼 있다. 또 모든 교육을 학교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도 한다. 일부 학교는 국정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교재를 사용하는 것도 허용한다.
진보 교육감들은 혁신학교를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혁신학교로 선정된 학교는 약 1억5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하지만 혁신학교는 크게 3가지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는 혁신학교로 지정되지 않은 일반학교와의 역차별 문제다. 한정된 예산으로 진보 교육감이 지원하는 혁신학교에 예산이 새로 투입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일반학교에 돌아갈 몫이 줄어든다. 일반학교에 가야 할 예산이 혁신학교로 새어나간 꼴이다. 엄청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혁신학교에선 특정교원단체 교사들이 운영을 맡는 모양새를 띈다. 학교장을 무시하고 운영이 가능케 되는 구조다. 최근 신문지상에 학교장과의 갈등이 보도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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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교육감선거에 나선 조전혁 후보. 범보수단체들은 조전혁후보를 보수단일후보로 추대했다. |
둘째는 혁신학교에서 지원금을 방만하고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사용된다면 그래도 괜찮다. 그러나 2013년 교육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A학교는 학교 예산을 빵과 피자 등 간식비 명목으로 3000만원 넘게 사용했다. B학교는 업무추진비와 교사연수 관련 비용으로 3500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과도하게 지원된 결과다. 이외에도 6000만원 어치 악기를 구입하거나 체육대회에서 교사와 학생이 단체로 체육복을 맞춰 입기도 했다.
그래도 돈이 남으면 학년말 2월에 기안해서 수 천 만원의 물건을 구입하는데 쓰기도 했다. 교육활동이 모두 끝나고 새 학기 준비하는 2월에 예산이 남으면 반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두 편법으로 집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납세자들이 이런 진실을 제대로 안다면 통탄해 할 일이다. 국민의 세금을 펑펑 쓰는 ‘혁신교육’이다.
더 큰 문제는 혁신학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일반학교에 비해 떨어진다는 데 있다. 혁신학교가 많은 지원을 받고,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받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목적은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닌가. 그러나 오히려 혁신학교의 학업성취도가 일반학교보다 못하다면 심각한 예산낭비요 잘못된 교육정책이다.
이제 혁신학교는 그 수명이 다 해 가고 있다. 하루빨리 일반학교로 전환해야 한다. 일부 친전교조 교육감 후보들이 연명시키려 공약을 내걸지만 이제 국민들은 두 번 속지 않는다. 무상급식에 속고 혁신학교에 속았던 2010년의 국민들이 아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재미를 본 진보 진영에서는 이번에도 무상시리즈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진보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유치원부터 초·중·고학교를 완전 무상교육의 실천과 함께 친환경 무상급식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무상급식이 시행된 지 햇수로 4년이 됐다. 수많은 교사들이 지적했듯이, 학교현장에선 이미 무상급식의 폐해가 치료불가능일 지경이다. 값비싼 친환경 식자재로 공급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식단이 부실해지면서 학생들이 급식을 먹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급식을 먹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면 “맛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매점에서 끼니를 해결하거나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육류는 거의 없고 채소 위주다 보니 성장기 학생들의 영양불균형이 걱정될 정도다. 또 급식을 먹지 않는 학생이 많다보니 잔반이 늘어나고 이를 처리하는 비용만 해마다 수백억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필자는 교육현장에서 소중한 세금이 이와 같이 낭비되고 있는 모습이 매우 안타깝다.
그러나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아랑곳 않는다. 그저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공약을 들고 나온다. 과연 그들은 현장에서 이러한 모습을 직접 보긴 했는지 의문이다. 누굴 위한 정책과 공약을 세운 것인 지도 모르겠다. 무상시리즈야 말로 사람들을 기만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요 교육의 질적 하락을 야기하는 잘못된 교육인식이다.
서울시교육감 후보로는 진보 진영 단일화 후보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와 보수 진영 단일화 후보 문용린 현 교육감이다. 그리고 보수 진영에서 단일화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출마하는 고승덕 후보와 이상면 후보가 나섰다. 경기도교육감 후보는 진보 진영 단일화 후보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과 보수 진영 후보 조전혁 전 국회의원 등 보수 성향 후보 5명이 난립한 상황이다.
교육감 선거 때 마다 진보 진영은 단일화가 잘 되는데 보수 진영 후보는 보통 5~6명이 “저요 저”를 외친다. 곽노현 전 교육감 선거에서도 이원희 보수 후보가 보수 후보 중 최다 득표를 하고도 보수후보 난립으로 곽노현 교육감에게 1.4% 차이로 자리를 넘겨주었다. 그 후 일어난 혼란상은 회상하기도 싫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경기도가 김상곤 전 교육감한테 넘어가면서 경기도 교육의 질은 떨어지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전국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난립하는 보수 후보들은 진정한 교육감 후보가 아니다.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를 생각하는 후보라면 보수 진영의 단일화는 절대적이다. 진보에 자리를 넘겨주면 보수 후보들이 가졌던 교육 백년대계도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진보는 뭉치는데 우파는 왜 분열하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다.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교육학 박사,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
*출처=미래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