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평창올림픽에서 전국민적 논란이 됐던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예선에서 불거진 '고의주행', 이른바 노선영 왕따 논란은 선수들 간 갈등보다는 감독의 직무태만이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사실이었고, 쇼트트랙 여자대표 심석희가 코치로부터 당한 폭행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3일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에 따르면 여자 팀추월 고의주행 논란의 가장 큰 책임은 백철기 대표팀 감독에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 감독은 팀 추월 예선 전날인 2월 18일 마지막 바퀴 주행 순번을 정할 때 '노선영 3번주자 전략' 제안에 대해 "선수들끼리 합의해 결정하라"면서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이때문에 노선영의 3번주자 전략은 경기 직전까지도 전달되지 않았고, 워밍업 시작 전에야 선수단에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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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이 됐던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경기. /사진='더팩트' 제공 |
워밍업 직전이 돼서야 전략이 바뀌자 컨디션에 확신이 없었던 노선영은 선배로서 책임을 진다는 생각으로 "3번 주자를 해 보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왕따 논란을 겪으며 한국이 예선 탈락한 후 사과 및 해명의 자리로 마련됐던 기자회견 당시 백 감독은 "전날 노선영이 3번주자를 자청했다"고 밝혔지만 사실과 달랐다. 예선 통과 기록을 위해 노선영 3번주자 전략을 제안한 것은 다른 선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 전 전략 수립 과정에서 이런 문제는 있었지만 이른바 노선영 고의 왕따는 없었다는 것이 감사 결과다.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은 앞선 대회에서도 2차례 마지막 바퀴 노선영 3번주자 전략을 쓴 적이 있다. 2017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실제 이런 전략으로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영상 분석 결과 고의로 빨리 가거나 일부러 늦게 간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왕따 논란에 대해 "선수들 진술에서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고 전했다.
평창올림픽 직전 불거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심석희 폭행은 알려진 것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문체부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 결과 코치는 대통령 격려방문 전날인 1월 16일 진천선수촌 밀폐된 공간에서 심석희의 태도를 문제삼아 발과 주먹으로 수 차례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뿐만 아니라 감사에서 확인된 폭행이 2018년에만 3차례 있었다고 한다.
쇼트트랙 지도자 전체가 폭행 사실을 감추려고 입을 맞춘 정황도 드러났다. 감독과 코치들은 심석희에 대한 폭행을 은폐하기 위해 그가 선수촌을 이탈한 이유로 몸살감기 때문에 병원에 갔다고 허위 보고했다.
전명규 전 부회장의 빙상연맹에 대한 부당한 개입도 사실로 드러났다. 감사 결과 전명규 전 부회장은 부회장 재임 당시였던 2014년 1월 대표팀 감독 중징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부회장 사임 이후에도 외국인 지도자 영입 및 계약해지 등에 관여하고 외국인 체력 트레이너 영입을 시도하는 등 빙상연맹 업무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한편 이번 감사에서는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후배들에 대한 폭행·가혹행위 의혹도 제기됐다. 2011년과 2013년, 2016년 있었던 해외 대회 참가 중 숙소와 식당 등에서 후배선수 2명에 대해 폭행 및 가혹행위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 해당 선수는 폭행이 아니라 좋은 성적을 위한 훈계 차원이었다고 진술했지만 피해자들은 폭행을 당했다고 인식하고 있어 양 측의 주장이 상반되는 상황이다. 문체부는 연맹에 진상조사 및 징계 검토를 요청할 계획이다.
문체부는 이번에 실시한 특정감사 결과에 따라 28건에 대해 18명의 징계를 요구하고, 2건을 수사 의뢰하는 등 총 49건의 감사 처분을 요구할 예정이다.
감사 결과를 발표한 노태강 문체부 2차관은 "감사 결과 스포츠계에 결과 지상주의, 성적 제일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스포츠 공정성과 관련한 문제에서 지금까지는 스포츠계의 시각으로 사실을 판단했지만 앞으로는 그 기준을 사회통념으로 바꿔야 한다. 이런 행위가 일반 국민의 기준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판단하고, 그 방향으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에 대한빙상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할 것을 권고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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