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청와대발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가 대통령 개헌안 처리에 실패하면서 공은 다시금 국회로 넘어온 모양새다. 그러나 당장 한 달 뒤면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 시한도 종료돼 사실상 개헌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국회는 24일 본회의를 열고 대통령 개헌안 처리를 시도했다. 이날 본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112명을 포함해 114명이 투표에 나섰지만 의결정족수(192석)를 채우진 못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본회의에서 '투표불성립'을 선언하고 "당장 한 달 뒤인 6월 말이면 특위 활동시한이 종료된다"며 "6월 안에 최대한 지혜를 모아 국회 단일안을 발의해주길 바란다. 더 이상 미룰 명분도 시간도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정부의 일방통행식 개헌안 발의에 불만을 제기했다. 진정성보다는 6·13 지방선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주장이다. '야당은 반 개헌 세력'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는 논리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정부와 민주당이 개헌안 표결을 강행한 것은 개헌무산의 책임을 야당에게 돌려 지방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려는 정치적 술수"라며 "야 4당과의 협치를 포기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대통령 개헌안 표결여부와 관계없이 국민개헌안을 만들기 위해 국회 개헌논의는 현재 진행 중"이라며 "헌정특위 활동시한인 6월 말까지 국민개헌안 합의를 이뤄낼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여당인 민주당은 야당의 불참이 예정돼 있어 통과되지 않을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개헌안을 표결에 부쳤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 찬반 프레임을 유도하려는 여당의 정략이자 몽니"라고 비판했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민주당과 청와대가 개헌안 표결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뻔하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 무산의 책임을 야당에게 떠넘기려는 얄팍한 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야당 측 반발이 거세지면서 향후 개헌에 대한 동력마저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국회 헌정특위가 활동했음에도 진전을 이루지 못한 개헌안이 한 달만에 빛을 보기는 힘들다는 '회의론'이 제기된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는 2020년 치러질 21대 총선과 개헌을 동시에 진행하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예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야당 측 한 관계자는 "개헌을 하려면 제대로 하자는 게 야당의 입장"이라면서도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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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는 24일 '대통령 개헌안' 처리를 시도했지만 의결정족수 미달로 통과되지 못했다./사진=미디어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