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우리가 만난 기적'이 정말 '기적'을 보여주며 막을 내렸다.

KBS 2TV 월화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이 29일 18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해피엔딩이었다. 바로 그 전 회(17회)에서 라미란(조연화)이 갑작스럽게 사고로 사망하는 충격적인 전개로 최종회에서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수습할까 궁금했는데, 제목에 나온 대로 '기적'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을 되돌려 사고가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 정도쯤은 카이(아토)가 해줄 능력이 있었다.

사고 이전으로 돌아간 김명민(송현철A)은 달라졌다. 아내 김현주(선혜진)에게 잘 해줬고 바람도 피지 않았으며 직장에서도 인간적인 상사가 됐다. 죽을 운명의 고창석(송현철B)의 사고를 막아 행복한 가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고 은행의 대출 비리도 막았다.

   
▲ 사진=KBS 2TV '우리가 만난 기적' 포스터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지를 영혼 체인지를 통해 깨닫고 신에게 감사하며 살게 된 김명민과 가족들, 그로 인해 불행한 사고를 면하고 단란한 가정을 이어가게 된 고창석과 가족들. 우리가 만난 '기적'이었다.

영혼이 바뀌고 시간을 되돌린다는 구태의연할 수 있는 설정의 드라마를 월화극 시청률 독보적 1위로 이끌어온 것은 역시 배우들의 힘이었다. 김명민은 헷갈릴 수 있는 '다중 영혼' 연기를 자연스럽게 표현해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라미란과 김현주의 역할에 딱 맞는 연기도 일품이었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무겁지 않게 잔재미를 섞어가며 끌고간 것이 판타지가 섞인 이 드라마를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럴 듯한 해피엔딩에 일단 박수를 보내면서, 드라마가 끝나니 드는 상상 하나를 보태자면.

만약 김명민과 고창석이 동시에 사망했을 당시, 드라마와 반대로 김명민의 영혼이 고창석의 몸에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사회적 지위가 높고 가진 것 많으며 자기 잘난 맛에 살아왔던 김명민이, 성실하게 살아오면서 가족의 행복만 생각하는 가진 것 별로 없는 고창석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했을까. 

비관에 빠져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만 안기지 않았을까. 어떻게든 현실을 벗어나려고 자신이 가진 무기(뛰어난 머리, 전문적인 지식)를 이용해 사기나 치고 다니지는 않았을까. 자신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놓지 않으면 혼내 주겠다고 신을 협박하지는 않았을까.

그랬다면 우리가 만날 '기적'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사고 이전 김명민과 고창석 같은 사람들이 분명 있기 때문에 해본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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