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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언론인 |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을 둘러싼 궁금증이 적지 않다. 조작된 게 아니라면 저렇게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올 이유 없다는 의구심이다. 그 이전, 여론조사의 공정성 자체에 의문을 품는 이도 상당수인데, 진실은 뭘까? 중간결론부터 미리 전한다. 당신의 의구심은 일단 정당하다. 때문에 각종 지지율 수치와 여론조사 결과엔 색안경부터 쓰고 보는 게 옳다.
또 있다. 우 하니 휩쓸려가는 대중정서를 가지고 장난치고, 그걸로 재미 보는 세력이 분명 존재한다. 아니 한국 사회 전체가 그쪽으로 구조화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현실을 두루 염두에 둔 채 지지율 독재의 진실과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차근히 들여다보자는 게 오늘 이 칼럼이다.
지지율 시비는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어제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가 문제제기를 했다. 6·13 지방선거의 선거운동 첫날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권은 허황된 지지율에 취해 폭주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에게 견제할 힘을 달라". 그는 며칠 전에도 "대통령 지지도 80%가 맞나? 주변에는 한 사람도 없다. 혼자 지지율 80%라니 어이없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응답률이 너무 떨어진다는 점을 드는 이도 적지 않다. 5% 내외에 불과한 응답률이 표본 집단으로 의미있느냐는 문제제기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이 응답률 10% 이상인 조사만을 공표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을 정도다.
이런 문제제기는 절반만 맞는 소리다. 현실적으로 응답률 10% 이상인 여론조사 자체가 힘들다. 응답률이 낮다고 신뢰할 수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테면 판문점 회담 뒤의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문재인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78%를 기록했고, 취임 이후 줄곧 지지율 고공비행을 유지했는데, 그걸 조작이라고 우길 근거는 현재로선 딱히 없다.
기업 등 중립적 기관에서 의뢰한 공표되지 않은 제3의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문재인의 높은 지지율은 일관성 있게 유지된다. 그럼 여론조사란 게 완전히 객관적이며, 때문에 우리가 곧이곧대로 믿어야 하는가? 그건 또 다른 문제다. 얼마든지 장난 칠 여지가 있는 게 여론조사의 세계다.
교묘한 질문 방식이나 단어 선택 등으로 여론조사 단체와,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를 얼마든지 얻어낼 수 있는 게 현대의 여론시장이라고 냉소적으로 말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일테면 "질문이 답을 정한다"는 게 업계의 상식이다. 일테면 드루킹 문제와 관련해 모든 여론조사가 똑 같은 질문을 묻는 건 아니다. 적지 않는 뉘앙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검찰이 해야 하는지, 아니면 특검이 해야 하는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여론조사 단체 A가 물었다고 치자. 반면 B는 응답자의 마음을 파고드는 방식으로 질문을 했다. 앞은 비슷하지만 뒤가 많이 다르다.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조사하기 위해 엄정한 특검을 실시하는 것에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 특검 찬성은 B의 질문에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날 것이다. 그건 유도질문이 아니라 가치판단이 다른 경우다. 단 '전사회의 좌편향화'가 완성된 한국에서 A처럼 묻는 서베이가 훨씬 많으며, 그들이 "이게 여론이다"고 박박 우기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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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묘한 질문 방식이나 단어 선택 등으로 여론조사 단체와,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를 얼마든지 얻어낼 수 있는 게 현대의 여론시장이라고 냉소적으로 말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일테면 "질문이 답을 정한다"는 게 업계의 상식이다. /자료=여론조사공정 제공 |
그런 게 한둘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총기류 판매와 관련해 찬성론자들은 "미국인은 자기 집에 침투하는 자들에 대해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믿습니까? 아닙니까?"라고 묻는다. 반대론자들은 "매년 미국인 수백 명이 죽어나가는데, 총기류 판매를 계속 허용하겠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서베이의 결과는 완전 정반대로 나타날텐데, 바로 그런 게 여론조사의 실체다. 무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다 믿어선 결코 안 된다. "질문이 답을 정한다"는 게 불문율이 있는데도, 눈 가리고 아옹하면서 원하는 수치를 내세워 대중조작을 멋대로 하는 자들이 문제다. 서베이하며 장난치는 방식은 많은데, 이른바 초두효과(primacy effect)가 그 중 하나다.
원하는 단어를 앞에 배치하면 대중은 그것부터 덥석 문다. "공기오염의 책임은 교통이 더 큽니까? 산업이 큽니까?" 그렇게 물어보니 교통이 45%, 산업이 32% 나왔다. 그걸 앞뒤만 바꿔 물어봤다. "공기오염의 책임은 산업이 더 큽니까? 교통이 더 큽니까?" 이번엔 산업 57%, 교통 24%….
이게 무얼 말해줄까? 민중이란 본래가 개 돼지일 수도 있다는 뜻이 아닐까? 즉흥적인 질문과 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현대정치의 타락이 아닐 수 없다. 여론조사에서 그런 게 한둘이 아니다. 이른바 중립점을 넣고 빼고에 따라 수치는 춤추기도 한다.
"매우 잘한다", "잘하는 편이다", "못하는 편이다", "매우 못한다" 등 4개의 답을 제시하는 것과, 이 4개 사이에 "보통이다"를 넣는 건 결과가 판이하다. 희한하게도 대통령 지지도의 경우 4개의 답을 제시하면 5개 답 제시 때보다 훨씬 높게 나온다. 15~20% 부동층이 잘한다 쪽으로 확 쏠리기 때문이다. 좋다. 여론조사에 기댄 지지율 독재를 경계를 해야 하는 이유는 오늘 더욱 분명해졌다.
즉 날씨와 주식시세처럼 오르내리는 민심이란 모두 헛것만은 아니지만, 그걸로 장난치는 이들을 경계해야 할 이유는 너무도 많다. 더욱이 지금 활동 중인 여론조사 기관이 적지 아니 좌편향된 게 현실이다. 대한민국 우익은 믿기 어려운 여론에 휘둘리다가 대통령 자리까지 내놔야 했고, 지금도 번번이 당하고 있다.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대통령 지지율 80%라니 어이없다"고 하는 건 무책임하다. 여론조사 시장마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현실을 개선하는 해법부터 차근히 내놓아야 한다. 이 현실에서 얼마 전 애국 성향의 여론조사공정이 출현해 속속 신뢰할만한 수치를 내놓고 있는 건 반갑기 짝이 없는 일이다.
또 있다. 여론조사만 문제 있는 게 아니다. 그 이전에 언론노조가 지배하는 미디어 상황이 문제다. 여기에서 잘못된 정보를 쏟아낸다. 또 중고교에서 대학에 이르는 지식정보가 합세해 거대한 오염이 '도착(倒錯)된 시민의식'을 무럭 무력 키운다. 이런 지식정보의 오염 구조 개선을 위한 큰 프로젝트에도 누군가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왜? 대한민국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조우석 언론인
[조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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