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경제에 대한 인식은 참으로 황당하고, 경제정책의 영향을 받는 국민들은 매우 당황스럽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전적으로 '황당(荒唐)하다'는 '말이나 행동 따위가 참되지 않고 터무니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황(唐慌)하다'는 '놀라거나 다급하여 어찌할 바를 모름'이라고 사전에 나와있다. 글자가 서로 뒤바뀐것 같지만 한자로 보면 '황'이라는 글자가 살짝 다르다.
오래 전에 황당과 당황의 뉘앙스를 구분하는 유머가 있었다. 길을 가다가 갑자가 오줌이 마려워 정차돼있는 자동차 뒤에서 급히 실례를 하는데, 차가 앞으로 가버리면 황당하고 뒤로 오면 당황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학적으로 황당무계한 '소득주도성장'이란 방향을 설정하면서 대표적인 정책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내세웠다. '사람이 먼저다'와 '저녁이 있는 삶'을 내세우면서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과연 의도대로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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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자료사진=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대책회의에서 1분기 빈부 양극화 수준이 사상 최대라는 통계청 발표에 대해 "소득분배 악화는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자책했다. 소득분배 악화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 부담이 늘어난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들이 별다른 기술이 없는 저임금 종업원 등을 해고하자 일어난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형적인 정책의 대실패가 바로 올해부터 시행된 16.4%에 달하는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데 이틀 후인 지난달 31일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등이 저소득층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는 진단에 대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1분기 가구소득 1분위(하위 20%) 소득이 많이 감소하는 것으로 아픈 대목으로 당연히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경제정책을 펼치면 이는 경제주체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긍정적 효과와 동시에 부정적 효과를 유발한다. 긍정적 효과가 많으면 좋은 정책이며, 부정적 효과가 크면 나쁜 정책이다. 대체로 긍정적 효과가 60%만 넘으면 아주 좋은 정책으로 쳐준다.
간단하게 '금리 인상'을 생각해보자. 금리가 높아지면 부정적인 효과로 대출을 받은 사람의 이자부담이 커지고 기업들의 이자부담이 높아진다. 언론은 대부분 이 대목을 중시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금리가 높아지면 은행 예금으로 살아가는 은퇴자의 소득이 늘고, 가계 대출이 억제되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퇴출돼 산업구조가 건강해지고, 무엇보다도 인플레이션이 잡힌다. 과거 1980년대초 미국이 인플레이션으로 고생할 때 미연방준비은행은 금리를 연 20% 내외로 올린 적도 있다. 이처럼 경제정책은 양면성을 지닌다.
최저임금 인상을 보자.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곳은 대체로 중견-중소기업과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 등이다. 이들은 법을 지키기 위해 최저임금을 높여야 한다. 논의를 단순하게 하기 위해 이들의 매출은 늘지 않았다고 해보자. (늘어봤자 소액이니까) 그러면 최저임금 16.4%를 맞추기 위해 나라 전체적으로 중견-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10조 원을 풀었다고 하자. 그 돈의 상당부분은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종업원 등에 간다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이들 종업원이 모두 국내 인력이 아니라 '중국 동포나 동남아 인력'도 많이 섞여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최저임금 수혜 대상의 20%를 차지한다고 하면 중견-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폭을 맞추기 위해 내놓은 10조 원은 국내에 8조 원이 남고 나머지 2조 원은 중국동포나 동남아 인력의 계좌를 통해 해외로 빠져 나가게 된다. 국내 경제 전체적으로 2조 원의 마이너스가 나는 셈이다. 국가 전체에서 쓰일 돈이 2조 원이 줄어드므로 당연히 최저임금 정책은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큰 정책'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중견-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한다"며 정책의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한다고 선전했다. 그럼 일자리 안정자금은 어디에서 나오나? 바로 그 돈의 뿌리는 세금이다.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어 뿌리는 것이다. 그렇게 세금을 더 낸 사람들은 당연히 본인이 썼을 돈을 뺏기므로 그만큼 소비를 줄이게 된다.
세금이란게 본래 국민의 왼쪽 주머니에서 빼내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주는 과정으로 그 과정에서 정부라는 존재가 생색내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런데도 "꼬인 경제현안 푼다고 '나라 곳간' 더 연다"고 하는데 필자 눈에는 "바로 경제정책 추진하다고 세금 더 걷는다'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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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분기 월평균 소득 현황. /자료=통계청 |
결국 최저임금의 경우 지금까지 부정적 효과가 훨씬 컸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했으니, 아는 사람은 황당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 중견-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당황하게 되는 것이다.
더 골치아픈 것은 '주 52시간 근무제'이다. 세세한 대책없이 이 제도를 시행하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게 기업체나 각종 조직에 근무하는 운전기사라고 한다. 지금은 기업이나 각종 조직이 개별적으로 고용을 하는데 이들 운전기사의 근무시간에는 대기시간도 포함되므로 도저히 '주당 52시간 근무'를 맞출수 없게 된다.
결국 해고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기업들은 '필요할 때마다 부르는 대리운전업체와 계약'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그랬더니 지금 기업에서 활용하는 각종 운전기사들은 이제 기업 소속이 아니라 대리운전업체 소속이 되게 생겼고, 수입이 줄어들면서 '저녁에 더욱 바빠지는 삶'을 살게 생겼다.
촌각을 다투는 각종 연구나 예정된 날짜가 별로 남지 않은 제품출시 프로젝트 등도 차질이 생겼다. D-데이가 다가오면 하루에 16시간도 모자랄 지경인데, 이를 두고 종업원이 '주당 52시간 근무제 위반'이라고 고소하면 기업으로서는 꼼짝없이 이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벌써부터 "미국의 실리콘밸리, 중국의 선전에는 연구개발을 하느라 밤새 불이 켜져 있는데 한국에서는 어둠만이 지배하게 생겼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을 위한 경제정책을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 보다못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규제완화-구조개혁 없으면 한국경제 추락"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충성(?)하느라 취임 당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은 일시적이다. 삶의 질을 위해 필수적이다"고 말했던 이들이다. 하지만 그 밑에 양식있는 박사들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더욱 황당하게 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은 장하성 청와대 청책실장의 손을 들어주고, 재벌개혁과 공정경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동시에 경제는 김동연 부총리가 중심이라고 말했다. 이러니 '김동연 허세 부총리 위에 장하성 김상조 실세 부총리'라는 말이 나온다. 참으로 국민을 당황하게 만들고 기가차게 만드는 데 일가견을 지닌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다. /김필재 정치평론가
[김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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