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최근 인공지능(AI) 선행 기술 확보에 총력을 가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돼 왔다. 이 부회장은 IT의 무대가 휴대폰에서 가전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4년 전부터 조직 정비를 시작했었다.
다만 삼성전자가 신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 하는 동안, 기업 활동을 옥죄는 정치 환경은 이 부회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6일 전자 업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AI 등 삼성전자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지난 1년 간 이 부회장의 부재로 인수합병, 인재영입 등이 중단됐던 터라 이 부회장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태다.
이 부회장의 IT 업계에 대한 큰 그림은 이미 4년 전부터 준비됐었다. 이 부회장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정점을 찍고 있던 2014년 11월, 모바일 사업 부문의 구조 조정을 시작했다.
모바일 사업부의 인원을 줄여 스마트폰 관련 기술의 효율성을 높이고, 초과되는 인력을 다른 부서에 재배치시켜 상승효과를 누리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는 피쳐폰 시장을 장악했던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대를 예상치 못하고 1등 자리를 놓친 것과 다른 행보다.
실제로 IT 분야의 주 무대는 스마트폰에서 스마트홈으로 옮겨진 상태다. 스마트폰을 통해 집밖에서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스마트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것이 AI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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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달 20일 서울 대학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구본무 LG그룹 회장 빈소에 조문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현재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도 AI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이 부회장이 이 같은 변화를 내다본 덕에 재빠르게 시장 흐름에 맞춰 대응 중이다. 최근 AI분야의 권위자를 영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앞서 삼성전자는 선행연구 조직인 삼성 리서치를 신설하고 한국, 미국, 영국, 캐나다, 러시아 5개국에 글로벌 AI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최근 영입된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와 다니엘 리 펜실베니아대학교 교수도 해당 센터에서 자문을 맡게 될 예정이다.
일찍이 AI 시장에 뛰어든 구글, 아마존에 비해 삼성전자의 기술 개발 시기가 늦었다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지만, 최근 이 부회장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긍정적이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시장을 이끈 저력으로 AI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여전히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국내 정치 상황은 이 부회장이 넘어야 할 큰 산 중 하나가 됐다. 변화하는 업계의 흐름에 대응하기도 빠듯한데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 검찰의 잦은 압수수색이 삼성전자의 ‘기’를 꺾는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현재 국내 정치 상황은 기업이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는커녕 이를 위한 올바른 사상마저 부재한 상태”라며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삼성은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나라의 번영을 위한 올바른 사상을 이끌어내는 정치인, 이를 현실화시키는 기업가가 있어야 그 나라가 번영한다”며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 삼성이 도약하기 위해선 세계무대로 시선을 돌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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