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여명 임직원 실직 명분 과징금 가닥
불법 묵인 '부실 행정' 스스로 자인한 꼴
   
▲ 산업부 최주영 기자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6년 내내 가만히 있다가 (대한항공)여론이 나빠지니까, 이제서야 진에어에 처벌을 가한다고요? 이건 정부가 설치한 허술한 덫을 스스로 덥석 문 꼴밖에 안 됩니다. 면허 취소 처벌은 오히려 국토부를 우습게 보이도록 자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죠.”

한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 전무의 등기이사 재직이 불법임에도 이를 눈감아 준 국토부가 최근 진에어의 '면허 취소'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아이러니하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조 전 전무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등기이사로 불법재직한 점을 들어 진에어 면허 취소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2000여명의 임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명분을 삼아 과징금 부과쪽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다.

사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진에어의 면허취소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처사”라는 짐작이 나오고 있었다. 국토부가 진에어의 면허를 취소해버리면, 애초 위법을 묵인하고도 승인을 해 준 국토부의 '부실 행정'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면허 취소 결정을 내릴 경우 조 전 부사장의 진에어 등기이사 재직을 확인하지 못한 15~20명가량의 국토부 직원들도 면허 취소에 준하는 정직 이상 중징계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면허 취소 결정이 부담스러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경영층의 일탈로 면허가 취소된 항공사는 아직 한 곳도 없다. 무엇보다도 조 전 전무가 현재는 진에어 등기임원에서 내려와 불법사유가 해소된 데다 법 시행일이 지난해 12월26일로 소급적용도 어렵다. 설령 불법 재직한 건이 적발되더라도 관련 처벌 조항이 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토부가 속시원한 해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최근 다수의 매체들이 진에어 제재방안이 면허취소가 아닌 과징금으로 끝날 수 있다는 보도를 하자 국토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면허취소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서 진에어에 소속된 근로자의 밥줄이 국토부의 결정에 달려 있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진에어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아닌 개인이 잘못한 것인데 왜 멀쩡한 사업을 접어야 하나”,“2000명의 직원들은 무슨 잘못이냐” 등 원망 섞인 말들도 오가고 있다. 

국토부는 '장고'만 거듭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같은 행정실수가 거듭된 데 따른 공식 입장과 사과부터 해야 한다. 진에어의 면허 취소를 검토할 자격이 있는 부서라면 말이다. 개인의 문제를 회사 전체로 확대시켜 기업 존폐를 위협하는 식의 행정처분은 사회적 공감을 얻기 힘들다. 외국인 임원의 불법 재직 또는 이미 퇴직한 임원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의 위법만 제재할 것이 아니라 당국도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것을 국토부는 곱씹어야 한다. 지금처럼 자신의 잘못은 없는 것처럼 진에어의 사업 면허취소를 놓고 어떤 권한을 행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스스로 무능한 부서라는 것을 증명한 것 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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