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영민 기자]정부가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이동통신 '보편요금제' 도입에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보편요금제 수준의 LTE 베이직 요금제를 출시한데 이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유사 요금제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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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KT |
SK텔레콤은 빠르면 다음달 보편요금제 수준의 데이터 및 음성통화를 제공하는 요금제 출시를 검토 중이며, LG유플러스도 KT의 LTE 베이직과 비슷하거나 혜택이 더 많은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이동통신 요금 인하와 관련 발언을 하면서 SK텔레콤의 보편요금제 대응 요금제 출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최 회장은 "SK텔레콤 고객의 가장 큰 불만은 요금을 과도하게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어서 가장 싸게 쓸 수 있는 요금으로 전환시켜 고객 신뢰를 얻겠다"고 말했다.
특히 보편요금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 제출된 가운데 빠르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가능성도 있어 이통사들은 되도록 빠른 시일내에 유사 요금제를 출시해 정부의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KT의 LTE 베이직처럼 보편요금제와 완전히 똑같은 수준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KT의 LTE 베이직은 월 3만3000원에 데이터 1기가바이트(GB)와 음성·문자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보편요금제보다 요금은 비싸지만 음성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여기에 선택약정할인(25%)을 받으면 2만원대로 요금이 내려간다.
이통사들이 주 수익원인 데이터의 요금을 싸게 풀 경우 고액 요금제까지 연쇄적인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데이터 1GB를 3만원대에서 제공하는 것을 유지하는 쪽으로 요금 설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이통사들이 보편요금제 도입에 앞서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여 정부의 추진 동력이 약화돼 사실상 국회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보편요금제 도입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 이를 완전히 거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유사 요금제 출시는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정부가 이미 비슷한 요금제가 시장에 있는데 보편요금제 도입을 강행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야간 의견차가 큰데다 이통사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당 내에서도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유도해야지 직접 개입하거나 가격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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