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구광모 ㈜LG 신임이사가 29일 열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됐다. 이로써 4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 된 LG그룹의 운명이 구 신임회장의 ‘책임’으로 넘어가게 됐다.
구 회장이 책임져야 할 LG그룹은 ‘신성장동력 발굴’이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또 국내에 팽배한 반(反)기업 정서 역시 한 그룹을 이끌어갈 총수로서 극복해야 할 ‘큰 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LG전자 구광모 ID사업부장의 신규 등기이사 선임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LG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됐다.
미국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한 구 신임회장은 지난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에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LG전자와 ㈜LG를 거치면서 과장과 차장, 부장, 상무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LG 상무로 승진한 이후로는 일찌감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준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대표는 이날 이사회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LG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이라는 자산을 계승·발전시키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구 신임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이 기반을 다져놓은 사업들을 키우는 동시에 신 성장 동력을 발굴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3, 4세 경영인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가하는 반기업 풍조 또한 구 신임회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이들의 경영권 확보가 ‘실력’이 아닌 ‘저절로 주어진 것’이라는 인식 탓에,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일 경우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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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광모 ㈜LG 신임 회장./사진=LG 제공 |
일각에서는 구 신임회장의 “나이가 너무 어린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 1978년생인 구 신임회장의 경영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데다, 나이가 어린 상태에서 회장 자리에 오르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장자승계원칙이 보장된 상태이기 때문에 좀 더 경험을 쌓은 뒤 회장 자리에 올랐어도 늦지 않았을 것 같다”며 “전문경영인들의 보좌를 받는다곤 하지만 구 신임회장 혼자서 그룹의 운명을 책임지는 것에 대해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반면 ‘나이’에만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회장 선임은 그룹의 선택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선 나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지만 선진국의 경우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구 신임회장의 경영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의 영향을 많이 받고, 반기업 풍조가 유독 강해 내공이 부족할 경우 그런 것을 감당하기에 힘들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영 성과는 객관적이기 때문에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을 관리하지 못하면 그에 대한 평가가 직관적으로 나온다”며 “구 신임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화경영은 ‘올드패션’”이라며 "'체인지 더 월드 위드 하모니(Change the world with harmony)로 바꾸고 제2의 그룹을 창설한다는 마음으로 경영에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구 신임회장은 앞으로 지주회사 경영자로서 미래준비, 인재투자, 정도경영에 중점을 두고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경영현안들을 챙겨나가면서, 상당기간 미래 준비를 위한 경영 구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LG의 사업에 대해 전문경영인들과 함께 호흡하고 고민하며, CEO와 사업본부장 등 주요 경영진을 발굴육성, 지원하는 한편 정도경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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