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 자유 순위 180위 세계 최하위…통제 엄격
억압·고문·학살 당하는 북한 주민 외면한 평화 '잔인'
[미디어펜=이해정 기자]정부가 북한과 방송 협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남북화해무드'에 맞춰 통일에 대한 남북 공감대 형성에 방송통신이 기여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지난달 25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남북방송인 토론회, 북한 방송·통신 이용 실태조사, 남북 방송콘텐츠 공동제작 아카데미를 내년 남북 방송 통신 교류 사업으로 선정했다. 북측과 프로그램 공동제작을 추진하고, 방북해 통일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도 검토할 계획이다. 올해 3억9000만원인 관련 사업 예산을 내년 6배인 24억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방송·통신을 통해 사실에 입각된 정보가 주민들에게 전달되면 남북 공감대 형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다만 2018 세계언론자유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180개 조사대상국가 중 북한의 언론자유 순위는 180위로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17년 연속 세계 최악의 언론 탄압국가로 지목됐다. 헌법을 넘어서는 북한의 최고 상위규범인 '유일사상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혁명 사상으로 온 사회를 일색화한다'고 규범하고 있다. 

과거에도 남북방송 교류와 협력 사업은 있었지만 북한 내부 실상에 대한 탈북자 증언은 이어지고 있다. 통일연구원에서 발간한 2017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은 당국이 허용하지 않는 정보, 사상(녹화물 포함)을 취득하고 전달했을 때 북한 법에 의해 처벌받는다. TV와 라디오는 북한 공영방송평 조선중앙방송에 채널과 주파수가 고정돼 있다. 고정시킨 봉인의 개봉여부는 주기적으로 검열받는다. 

   
▲ 2017 북한인권백서, 통일연구원


최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A교수는 현재 북한 주민의 TV보급률은 80%에 이르며, 주민들이 '망TV다매채열람기'를 통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망TV다매체 열람기'에 대해 "북한 당국이 자체 개발한 이 장치는 해외에서 북한TV와 노동신문을 보거나 검열을 마친 영화, 도서를 검색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며 "서방 매체 TV나 인터넷 영상물에 접촉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했다. 평양에서 보내는 체제 선전 방송과 김씨 일가 우상화 콘텐츠만 볼 수 있는 셋톱박스로, 정해진 콘텐츠 중 원하는 자료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내 휴대전화의 보급량은 증가했으나 주로 국내 통화에 한정되고, 국외 통화와 휴대전화를 이용한 외부정보 유입과 유통은 철저히 통제된다. 국경지대에서 불법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밀수 형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정권의 반인륜적 주민 탄압과 통제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이 방송 통신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목적도 훼방 받고 있다. 북한 정권의 방송·언론, 주민 탄압 문제를 논하지 않은 채 겉으로의 평화만 추구하니, 북한 주민과의 방송통신을 통한 공감대 형성은 차질을 빚는다.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에게 전달되는 외부 정보, 방송 프로그램 등을 막고 있는 실정에, 체제 선전용 방송을 포기 않는 북한의 미화된 프로그램만 남한에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의 거래 기술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남북 문화 교류가 이뤄져 민족 동질감 회복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달성하려면 정부는 먼저 북한에 방송·언론 탄압을 비롯해 반인륜적 인권 유린을 중단할 것을 제기해야 한다. 완전히 검증 가능한 상태에서 북한 주민 모두가 남한을 포함한 외부 방송을 볼 수 있게 될 때 진정한 문화 교류가 될 것이다 .

   
▲ 2017 북한인권백서, 통일연구원

현재 북한 정권은 방송, 통신뿐 아니라 다각적으로 북한 주민에 대해 반인륜적 인권 유린과 탄압을 가하고 있다. 독일 나치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토마스 뷔켄달 전 국제사법재판소(ICC) 재판관은 지난해 12월 11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수용소의 현실은 어릴 적 자신이 나치 수용소에서 보고 겪은 것과 비슷하거나 훨씬 더 극악하다고 믿는다고 증언했다. 

일각에서는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며 북한 정권의 심기를 건드려선 안 되기 때문에 북한 인권 언급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심 없는 평화, 잔인한 평화, 사악한 평화, 용어만 평화요 내용은 잔혹하다. 가해자의 악행을 허용, 두둔하게되며 공범자가 된다. 

역사의 심판을 받은 유대인 홀로코스트 당시 히틀러와의 '평화', 미국·영국의 노예제도 당시 노예 상인과의 '평화', 일제 시대 억압당했던 조선인을 외면하고 일본과 한일합방을 추진하던 '평화'와 닮았다.

   
▲ 사진=북한정치범수용소해체본부 홈페이지 캡처


정의를 외면하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까지 실추될 수 있다.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최근 문재인 한국 정부의 방향을 바꾸도록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 운동가들을 침묵시키려 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충격적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독재자여서가 아니라 자국민에 대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며 독재하기 때문에 지적받는 것이다. 국제인권단체들은 그동안 반인도적 범죄에 책임을 물어 ICC가 김정은을 기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범죄자가 책임을 지고 범죄를 멈출 때 평화로워진다. 피해자가 놓임을 받는 정의가 기반된 평화가 진짜다. 정의가 기초될 때 북한주민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사는 평화로운 통일을 이룬다. 남북관계에서 협력과 평화를 논할 때 북한 인권 문제를 타협해선 안 되는 이유다. 
[미디어펜=이해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