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국회가 한달 이상 공전하면서 여야는 원 구성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18개 상임위원회의 '상원'격인 법제사법위원회를 두고 여야의 입장이 대립하면서 법사위의 기능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자유한국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장병완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원내대표와 각 당의 원내수석부대표는 어제(9일) 국회에서 만나 원 구성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 도출에는 실패했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여야 교섭단체가 대립각을 세운 것은 법사위를 놓고서이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1야당인 한국당은 '야당의 견제 기능'을 들어 20대 국회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법사위를 사수한다는 방침이다.
홍영표·김성태 원내대표는 10일 오전에도 국회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원 구성 협상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두 원내대표는 협상의 쟁점으로 떠오른 법사위원장 배분과 법사위 권한 축소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진 원내수석부대표 간 실무협상과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이 같은 의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민주당과 한국당이 법사위를 놓고 각을 세우자 일각에서는 법사위의 권한을 축소하는 '제도개선특위'를 구성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이 국회의장 자리를 맡는 대신 한국당은 법사위를 차지하고 향후 법사위의 권한을 조정한다는 개념이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법사위의 기능을 다소간에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는 국회에 있는 대부분의 국회의원들도 다 동의한다"며 "(법안을) 발의해서 상임위를 어렵게 통과했는데 법사위에서 통과가 안되는 상황을 당하면 의원들은 좀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런 일들은 적어도 없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늘 (협상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 같다"고도 전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법사위 기능 축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이 '개혁입법연대' 구성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법사위의 기능 축소는 한국당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견제권마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협상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원 구성에 대한 협상이다.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제도를 개선하는 사항은 원 구성 협상의 본질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이른바 입법연대를 한다면서 입법권력을 독점하려는 민주당이 최소한의 견제장치인 법사위마저 눈독을 들인다"며 "일방 독주체제를 갖추려는 탐욕적이고 비민주적 발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은 '국회 시스템 보완'을 내세워 한국당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전세계 어떤 나라에도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를 명분으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는 사례는 없다"며 "법사위를 개선해 식물국회가 아닌 생산적 국회를 만들자는 데 대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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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사당 전경./사진=미디어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