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금과옥조 불구 할수록 미궁에 빠져..."목표가 없는 끝없는 게임"

방민준의 골프탐험(10)-골프는 ‘죽을 때까지 끝없이 깨달아가는 게임.’ 

국내 최고의 골프칼럼니스트인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맛깔스럽고 동양적 선(禪)철학이 담긴 칼럼을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 칼럼에 개재된  수묵화나 수채화는 필자가 직접 그린 것들이어서 칼럼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주1회 선보이는 <방민준의 골프탐험>을 통해 골프의 진수와 바람직한 마음가짐, 선의 경지를 터득하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골프서적을 훑어보면 전문가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사항들이 너무나 많은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사항들이 모두 고개가 꺼덕거려질 만큼 일리가 있다는 사실 또한 놀랍다.
프로골퍼 톰 왓슨은 골프의 필수 3요소로 욕망(Desire) 헌신(Dedication) 결단(Decision)의 3D를 꼽았다. 골프를 제대로 즐기며 좋은 스코어도 내보겠다는 욕심과 골프를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실천으로 옮기는 노력 등을 일컫는 것이리라. 프로골퍼 빌리 캐스퍼는 챔피언이 되기 위한 필수 3D로 Desire(욕망) Devotion(헌신) Discipline(자기제어)를 꼽았다.

레슨프로 출신의 밥 토스기는 골프에서 훌륭한 샷을 위해서는 Preparation(준비) Position(위치) Posture(자세) Path(궤도) Pace(보조) 등 5P를 강조했다. 샷을 위한 준비스윙을 한 뒤 목표를 잡아 위치를 굳히고 자세를 제대로 잡은 후 제대론 된 스윙을 하되 페이스와 스피드 리듬을 유지해야만 한다고 설명한다. 실전에 필요한 기술 위주의 필수사항이다.

누가 처음 설파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골퍼에서 제대로 가다듬어야 할 3A로 Ability(능력) Ambition(의욕) Attitude(자세)를 들기도 한다. 기복 없는 플레이를 하려면 두 가지 3C를 갖춰야 한다는 금언 역시 골프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Confidence(자신) Concentration(집중) Control(자제)의 3C와 Consistence(견실) Composure(침착) Courage(용기)의 3C가 바로 그것이다. 구력이 좀 되는 골퍼라면 이 여섯 가지 C가 얼마나 중요한지 공감할 것이다. 골프에서 금기시해야 할 3C로는 Confusion(혼란) Complain(불평) Consolation(자위)를 꼽기도 한다.

골프의 대선배들은 골프 에티켓을 위해서는 3R을 기억하라고 가르친다. 샷을 하면서 떨어져나간 잔디를 제자리에 메우는 Replace, 벙커에 난 발자국이나 스윙자국을 없애는 Rake, 그린에 생긴 볼 자국이나 스파이크자국을 없애는 Repair를 명심하라는 말이다.

이처럼 수많은 금과옥조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하면 할수록 미궁에 빠지는 것은 골프라는 운동 자체가 '목표(goal)가 없는 끝없는(endless) 게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골프는 ‘죽을 때까지 끝없이 깨달아가는 게임’이다. 나이가 70이 넘어서도, 구력이 30년을 넘었어도 어느 날 필드에서 돌아와 골프가방을 내려놓으며 아내에게 “여보, 이제야 골프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아!”하고 무릎을 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아직 구력 30년을 넘기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누적된 골프관련 지식과 수많은 시행착오, 주변의 골프 메이트들을 통해 보고 들은 경험을 종합해볼 때 필자는 골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을 세 가지로 요약하고 싶다. 물론 부단한 연습과 탐구정신 같은 것은 기본으로 하고. 그것은 통찰력(Penetration) 결단력(Decision) 집중력(Concentration)이다. 이 세 가지가가 한 사람의 골프를 결정한다고 믿는다.

   
▲ 씩씩한 병사의 짧게 깎은 머리처럼 푸른 잔디가 힘 있게 솟은 골프장을 찾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계절이다. 기분 좋은 흥분 속에 통찰력과 결단력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분명 새로운 골프세계가 열릴 것이다./삽화 방민준

통찰력이란 골프코스의 전반적 지형적 특징과 각 홀의 특징을 알아내고 계절과 시간에 따라 변하는 자연환경의 흐름을 예리하게 간파하는 능력이다. 코스 안내도를 본 뒤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면서 그 홀이 숨기고 있는 함정과 유혹을 읽어내고 안정적이고도 효율적인 공격루트를 찾아내면 게임을 풀어가기가 한결 쉽다.

흔히들 짧은 파4나 파5홀을 소개할 때 캐디들은 ‘서비스홀’이라고 말하지만 서비스홀이란 애초에 없다. 코스설계가들은 거리를 짧게 하는 대신 그 속에 함정을 숨겨놓기 마련이다. 숨겨진 함정이 없다 해도 플레이어 스스로가 만만하게 보고 버디 욕심을 노려 몸과 마음이 경직되는 트랩에 걸려들기 십상이다. 그린에 이르기 전부터 그린의 흐름을 살펴 평탄한 그린에 숨겨진 산과 산맥, 골짜기를 읽어내는 능력 또한 통찰력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물론 자신의 기량과 육체적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도 통찰력에 포함될 것이다.

통찰로 얻은 정보를 냉정하고도 객관적으로 분석한 뒤 공략방법을 결정하는 능력이 결단력이다. 뻔히 OB나 벙커 또는 해저드로 빠질 위험성이 높은데도 욕심에 끌려 설마를 믿고 공략루트를 정하는 것은 결단력 결핍이다. 피할 지점은 확실하게 피하겠다는 마음의 다짐이 필요하다. 안전한 공략을 작정했다면 거리상 다소 불리하더라도 안전한 지점에 안착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바로 온을 노릴 것인가, 레이오프를 할 것인가,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날의 게임 흐름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이때 냉정한 결단력이 요구된다. 워터해저드를 넘기겠다고 작정했는데 막상 준비자세를 취하니 자꾸 워터해저드에 볼이 빠질 것 같은 생각이 들면 올바른 결단력이 아니다. 그린 위에서도 거리, 경사, 잔디의 결 등을 잘 읽어냈으면 어떤 길로 어떻게 스트로크를 해야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 결단 없이 스탠스를 잡으면 필경 확신 없는 어정쩡한 퍼팅으로 이어지고 만다.

훌륭하게 통찰하고 올바른 결단을 내리고도 집중력이 떨어지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집중력이란 자신이 모은 정보를 신뢰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내린 결정을 확고하게 믿고 온 정성을 쏟아 샷을 창조해내는 능력이다. 이때 끼어들기 쉬운 것이 실패를 가정한 최악의 상황, 긴가민가 하는 의구심, 동반자들의 움직임, 머릿속의 정보와 결단의 내용이 비워져 버리는 순간적 혼미 등이다. 단호한 결행은 최고의 집중이 이뤄졌을 때 그 빛을 발한다.

씩씩한 병사의 짧게 깎은 머리처럼 푸른 잔디가 힘 있게 솟은 골프장을 찾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계절이다. 기분 좋은 흥분 속에 통찰력과 결단력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분명 새로운 골프세계가 열릴 것이다.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