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가 비대위원장 후보군을 발표했지만 비대위 구성은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당은 관련 논의를 위해 의원총회를 소집했지만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에 대한 거취문제를 놓고 '난장판'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권한대행은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일시적인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 진정한 쇄신을 거부하는 그 자체는 이제 한국당으로서 존재할 가치가 없다"며 "어떤 시련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고통이 따르더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혁신비대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당 안에서도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논쟁이 만들어지길 진심으로 희망한다"며 "하지만 여전히 논쟁보다는 논란을 만들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논쟁은 비판과 논리를 가지고 하는 것이지 감정을 내세워 하는 게 아니라는 기본을 지켜주길 바란다"고도 일침했다.

이 같은 발언의 배경에는 전날(12일) 의총에서의 내홍이 자리하고 있다. 혁신비대위의 역할과 권한, 비대위원장 후보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의총이었지만 실제 의총장에선 김 권한대행에 거취를 두고 찬반토론만 격렬하게 이어졌다.

심재철 의원은 이날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김 권한대행은) 선거 폭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궤멸상태에 이르게 했던 투톱으로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원내대표도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김 권한대행이 이끄는 현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

심 의원은 혁신비대위 구성의 '절차적 정당성'도 지적했다. 그는 "혁신비대위 준비위를 가동하고 있는데 (당헌·당규상)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17일 전국위원회를 여는 것도 상임전국위 의결을 통해 열수 있다. 지금 상태서 예정된 전국위는 근거없는 불법적인 전국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총이 백가쟁명식으로 의견만 던져놓고 결론 없이 끝나면 안 된다. 매듭을 지어야 한다"며 김 권한대행 재신임 요구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이날 의총에서 김 권한대행의 거취를 두고 빚어진 갈등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소위 친박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필두로 김 권한대행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었기 때문.

유기준 의원은 의총 전날(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권한대행은 지방선거 참패 직후 중앙당 해체·비대위 구성 등의 대책을 발표하며 본인부터 수술대에 오르겠다고 했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정말 그럴 마음이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썼다.

이어 "정치와 전혀 관련 없는 분을 앉혀놓고 원내대표 본인이 '수렴청정'을 하려던 것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김 권한대행은 현실적으로 줄수도 없는 공천권 운운하지 말고 원내대표로서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기 바란다. 존재하지도 않는 친박·비박 대립을 만드는 꼼수부터 그만둬야 한다"고도 했다.

정우택 의원도 같은날 열린 '보수정당,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김 권한대행을 포함한 복당파 의원들을 겨냥했다. 그는 "당이 어려울 때 외면하고 버리신 분들이 지금 전면에서 당을 재건하겠다고 한다"며 "많은 국민은 이 점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 역시 '난민대책 이대로 좋은가? 난민법 개정 국민토론회'에서 축사를 맡은 김승규 전 법무부장관을 두고 "이런 분이 당의 비대위원장이 된다고 하면 김 권한대행 물러나라고도 안할 것"이라며 "무조건 잘못했다고 반성부터 해서 점수 따보려 하는데 순서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오는 16일 의총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지금의 양상에 비추어 볼 때 17일 전국위에서의 혁신비대위 추인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안상수 혁신비대위 준비위원장은 의총 직후 "16일에 의총이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비대위) 권한이나 기간 등도 오늘 정리된 건 없다. 화두만 던져지고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 자유한국당은 13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었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은 "어떤 시련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고통이 따르더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혁신비대위"라고 강조했다./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