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임종석‧조국, 송 장관과 회의서 심각성 인지하지 못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국방부는 물론 기무사와 각 부대 사이에 오고간 모든 문서와 보고를 대통령에게 즉시 제출할 것을 지시한 것은 구체적인 실행으로까지 이어졌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 같은 지시를 내린 날은 기무사 특별수사단의 공식 수사 개시일이어서 대통령의 진상파악 의지를 강조한 셈이다. 특별수사단은 박근혜 정부 당시 기무사가 작성한 ‘촛불시위 계엄령’ 문건과 세월호 민간사찰 의혹을 조사할 예정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계엄령 문건에 대한 수사는 국방부의 특별수사단에서 엄정하게 수사를 하겠지만, 이와 별도로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실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계엄령 문건이 실행까지 준비가 되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실행을 염두에 둘 개연성이 확인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문건만으로도 부대 병력 동원, 동원되는 장소 등이 구체적 적시되지 않았냐”며 “그래서 그 내용들이 실제로 준비단계까지 갔는지, 실행단계까지 갔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확인해야 이 문건의 성격에 대해서 보다 명확히 판단내릴 수 있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이 문건만으로 판단하기 부족한 점이 있고, 문건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오늘 지시를 한 것”이라며 “판단의 근거들이 더 필요하다는 차원이지 지금 대통령이 어떤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관련 문건과 관련해 ‘예비내란 음모’를 적용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단순 대비 차원인데 무슨 문제냐’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대변인은 “대비 차원이라고 주장하는 분도 있고 내란 음모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게 판단을 내리는 것은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실행으로 이어졌는지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파악을 해봐야 하는 것”이라며 “문건만으로는 해석의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에 실제로 각 부대별로 정말 출동할 준비를 갖췄는지, 어느 정도 지시가 내려졌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해 볼 방법으로써 지시사항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대변인의 발언을 볼 때 지난 4월30일 청와대에서 기무사 개혁 방안을 놓고 회의할 때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이 미처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 회의에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등이 참석했다”면서 “국방부에서 (기무사 문건과 관련한 내용을) 발표했겠지만 청와대에 원본 문서를 배포하지 않았고, 그 날 주된 회의 내용은 기무사 개혁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회의석상에서 계엄령 문건과 관련된 질의나 토의는 일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장관이 기무사의 정치 개입 사례 중 하나로 촛불집회와 관련한 계엄을 검토한 문서의 존재와 내용의 문제점을 간략히 언급했다고 발표했으므로 그런 의미에서 국방부 장관은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해서 설명했다고 볼 수 있는 반면, 당시 참석했던 청와대 참모진들로서는 국방부 장관이 생각하는 만큼 그 문제를 받아들이지 못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두부 자르듯 할 수 없다, 회색지대가 있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기무사 문건을 본 시점은 6월28일이라고 한다. 김 대변인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우선 이 사건의 실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우선적인 내용”이라며 “지금 대통령이나 청와대 참모진도 보고받은 내용은 현재 나와 있는 문건에서 크게 진전이 있거나 내용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