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미국 상무부가 수입 자동차·부품 관세 부과를 위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공청회에 나서자 국내 완성차 업계가 비상 대응에 돌입했다.
현지시간으로 1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이번 공청회에서 25% 고율 관세 부과가 확정되면 13만개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국내 자동차산업의 퇴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 생산의 감소로 관련 부품업체와 국내 산업 전반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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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상무부의 수입 자동차·부품 관세 부과를 위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공청회를 앞두고 국내 완성차 업계가 비상 대응에 돌입했다. /사진=미디어펜 |
산업통상자원부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공청회 참석을 위해 민·관·정계 합동팀이 지난 18일 출국했다.
청문회에는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를 중심으로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등이 참석한다. 여야 5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4박6일 일정으로 출국했다.
합동팀은 미 의회 인사들을 만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세 문제 대응 등을 위한 초당적 의원 외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7일에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등 미국 행정부 고위급 인사와 통상 관련 상·하원 의원 등을 만나기 위해 먼저 미국으로 출발했다.
이번 청문회는 당초 19~20일 이틀간 열릴 예정이었지만 19일 하루로 줄었다. 이에 기존 인원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46명이 청문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오전에 김용근 회장과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근로자 존 홀, 조지프 보일 LG전자 미국법인 디렉터 등이 발언한다. 강성천 차관보 발언은 오후로 예정돼 있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된 자동차는 84만5319대에 달하고 금액으로 환산하면 145억2721만달러로 대당 수출 금액은 1만7185달러로 추산된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미국이 수입하는 자동차에 관세 25%를 부과하면 대당 4296달러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량은 대부분 중·소형이기 때문에 이 금액이 차량 가격에 포함되면 국내 생산완성차들의 가격경쟁력은 큰 타격이 예상된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25%의 관세가 부가되면 현대·기아차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거나 다른 글로벌 생산 기지로 미국 수출 물량을 옮길 수 밖에 없게 된다"며 "또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역시 기존 생산하던 물량을 관세가 부가되지 않는 해외 다른 본사공장으로 이전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존의 수출물량이 국내 공장에서 이전될 경우 발생할 일자리의 감소와 이에 따른 악영향의 파급효과다.
현재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르노닛산얼라이언스의 물량 닛산 로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무관세가 적용되며 꾸준히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생산 자동차에 25%의 관세가 부가되면 르노입장에서는 국내공장에서 생산하는 메리트가 없어진다.
르노입장에서는 로그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해야 되는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현재의 닛산 로그와 앞으로 예정된 신모델의 생산이 다른 생산기지로 넘어가고 이에 따라 공장 가동률은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동률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일자리도 줄어들고 생산물량의 감소는 주변 협력업체들의 납품물량 감소로도 이어지며 지역경제와 함께 국내 산업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차량 411만대 중 미국 수출물량은 84만대 가량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번 공청회에서 한국이 25% 관세를 적용받으면 84만대의 대부분이 물량이 빠지게 된다.
즉 국내 자동차 생산규모는 326만대로 줄어든다. 이는 2000년대 초반의 국내 자동차 생산물량과 같은 수준으로 퇴보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대한민국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 생산국 중 상위 5위권에 이름을 올린바 있다. 하지만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 2016년에는 인도에 추월당해 6위로 밀렸고, 올해 1분기에는 군산공장의 폐쇄결정과 함께 멕시코에게 밀려 7위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25% 관세가 부가되면 생산물량은 더 줄어들고 스페인에게도 밀려 8위로 떨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 생산물량의 감소는 일자리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생산물량이 감소하면 공장가동률이 줄어들고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KAM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으로 넘어간 차량 수출 금액에 고용유발계수를 적용하면 약 13만 여명의 고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생산액으로는 39조2489억원에 달한다. 미국의 25% 관세가 부가될 경우 이 모든 고용효과와 생산액이 증발할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지난해 중국의 사드 여파에 이어 최근 미국의 관세 폭탄 부과 예고 등으로 산 넘어 산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수출 중 자동차 비중이 상당한 만큼 미국의 수입차 25%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나라 수출에도 큰 타격이 예상됨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 등 전방위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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