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야권이 청와대의 '협치내각' 제안에 거절 의사를 분명히 밝혔지만 속내는 그렇지도 않은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은 완강한 모습이지만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경우 '조건부 승낙' 입장을 밝혔기 때문.

한국당은 줄곧 협치내각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의 제안이 있었던 지난 23일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장관 자리를 나눈다고 협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제안"이라고 일갈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한 라디오에서 "제대로 된 협치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어가자는 반성과 진정성 있는 다짐이 있다면 당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선의적인 입장이라 하더라도 정치적 도의는 분명히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은 협치내각 제안의 '절차적 정당성' 등을 따지면서도 자신들의 제안이 일부 수용되면 고려해볼 뜻을 내비쳤다. 

25일 김관영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연정을 하려면 연정에 관한 협약서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며 '정책연정협약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전 회의에서 "협치내각의 제안 배경을 대통령이 아닌 청와대 대변인 발언을 언론보도로 접했다"면서도 개헌, 선거구제 개편 등을 협치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청와대로부터 협치내각 제안이 있었던 직후 "국정운영의 방향과 비전에 대해 한 번도 야당과 진지한 협의를 하지 않았던 청와대가 위기가 도래해서야 야당 입각 등을 말하는 것은 국면전환을 위한 꼼수"라고 입장을 낸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에 6·13 지방선거 이후 사실상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협치내각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입각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청와대의 협치내각을 쳐 낼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주평화당은 협치내각에 있어 바른미래당보다 좀 더 적극적이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사망으로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이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할 위기에 놓이면서부터다. 이용주 원내대변인은 "(교섭단체 지위 상실로) 향후 국회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평화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협치내각의 가능성을 열었다. 조배숙 대표는 "청와대가 말하는 협치내각을 하려면 선거제도 개선과 개헌 합의 이후에 가능하다"고 전제를 달았다. 장병완 원내대표도 "협치내각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필요하고 합당한 제안인지 신중하고 진지하게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동영 의원이 통일부 장관으로 입각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평화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 의원이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는 설명이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