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소호대출 잔액 146조…가계대출 옥죄기에 풍선효과
금융당국, 8월부터 소호대출 용도점검 강화해 은행권 고민
[미디어펜=박유진 기자]금융당국이 개인사업자대출 사후 점검 관리 강화를 발표한 가운데 시중은행(KB국민·신한·KEB하나은행)의 올해 상반기 개인사업자대출(SOHO)금이 146조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대비 12% 늘어난 규모로 향후 용도점검 진행 시 은행권의 업무 부담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31일 각사 IR 공시를 통해 살펴본 시중은행의 상반기 원화대출금 중 SOHO대출(이하 소호) 잔액은 145조704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30조3180억원) 대비 12% 늘어난 금액으로 2016년부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41조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로 가장 많이 올랐고 하나은행은 40조1810억원으로 12%, 국민은행은 62조5000억원으로 10% 증가했다.

   

소호대출의 경우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에 우회 차 이를 이용하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은행들의 취급 규모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개인사업자가 임금이나 원재료 매입, 생산설비 등을 갖출 요건으로 각각 운전자금과 시설자금의 대출을 실행받는 이 상품은 취지와 달리 돈을 빌려 부동산 투기나 개인 생활 자금으로 쓰는 일이 빈번하다.

가계대출과 달리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의 규제가 없는 사각지대에 놓인 것도 문제다.

금융당국은 소호대출의 자금 유용을 방지하기 위해 오는 8월 20일부터 대출 실행 시 건당 1억원, 대출자 당 5억원을 초과하는 차주에 대해선 대출금을 사업자금 외에 다른 곳에 썼는지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까지는 건당 2억원 이상의 신청 건부터 사후점검 대상에 포함할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대출 실행 시 점검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5억원 초과의 경우 누적 금액 기준으로 향후 많은 대출 실행자들이 점검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시설자금은 1억원, 운전자금은 1억에서 2억원 사이로 대출을 받는 케이스가 많다"며 "개선안대로라면 전체 대출자 10명 중 5명 정도는 점검 대상에 포함될 것이다"며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액 상향 외에 금액이 높은 사업장 임차·수리 자금대출도 점검대상에 포함하고 타 금융회사의 대환대출도 점검대상에 포함키로 했다.

또 용도 점검 때 대출을 받는 이들에게 각종 증빙서류(계약서와 영수증, 통장 거래명세서 등)를 의무화하고, 경우에 따라 현장점검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 불법 포착 시 은행권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전에 대출 상담을 하면서 자금 용처를 꼼꼼히 확인하라는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대출 담당자 입장에선 자금 회수에 따른 업무 부담이 클 것이다"며 "보통은 자금을 다 써버리는 이들도 많아 채권관리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부담이 있겠지만 점검 대상자에 들어 있더라도 사전에 제출한 서류에서 정상 여부가 확인되면 현장점검을 나가지 않아도 된다"며 "건수로는 대상자가 많아졌지만 현장 점검 비중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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