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올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은 “북한에 대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약과 추가적인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으로 채택됐다.

ARF는 북한이 참가하는 유일한 아태지역 다자안보협의체로서 올해 의장성명에서 예년처럼 ‘북한에 대한 CVID 촉구’가 들어갈지 주목돼왔다.

 

하지만 올해 ARF 의장국인 싱가포르는 지난 3~4일 열린 ARF 외교장관회의 내용을 정리한 의장성명을 6일 이같이 밝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문구가 ‘완전한 비핵화’로 대체됐다.

성명은 “ARF 외교장관들은 4월27일과 5월26일 남북정상회담, 6월12일 북미정상회담을 환영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판문점선언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명한 공동성명을 환영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모든 관련된 당사자들이 판문점선언과 북미 공동성명의 완전하고 신속한 이행을 포함해 한반도의 지속적 평화와 안정 실현을 향해 계속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관련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완전한 이행과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야기할 국제적 노력들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강경화 외교장관은 의장성명에 CVID가 포함될지에 대해 대다수 국가가 언급해 성명에 반영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성명에서 CVID가 누락된 것은 최근 변화된 한반도 정세 즉, 판문점선언과 북미공동성명에도 CVID 대신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쓰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남한, 중국, 미국으로 이어진 정상외교로 국제무대에서 위상이 달라진 북한이 CVID에 반발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CVID는 패전국에나 쓰는 말”이라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이번에 미국도 CVID 대신 FFVD 표현을 썼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싱가포르 방문 기간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를 강조했고, 미 국무부 역시 한미 외교장관회담 뒤 북한의 FFVD 달성을 위한 긴밀한 협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작년만하더라도 ARF에서 ‘왕따’ 신세를 면하지 못했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올해 ARF에서 한국, 미국과 외교장관회담을 거부하면서도 중국,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등 11개국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리 외무상은 싱가포르에 이어 6일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을 찾는 등 광폭 외교행보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