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소득 증가율' 그래프서 2.8% 보다 2.1% 더 높게 그려
"그래프 조작 말라" 네티즌 지적에 묵묵부답…소통 안하나?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청와대가 최근 '대한민국 청와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한국 경제의 다양한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갖가지 경제 통계를 그래프로 소개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부쩍 악화된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잠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오류가 있는 그래프를 게재해 네티즌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또 청와대가 소개한 통계만 본다면 한국 경제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져 "국민들의 어려워진 경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6일 네티즌들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달 31일 '한국 경제의 다양한 얼굴III'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한 가정의 총 소득을 나타내는 가계소득, 가계소득증가율은 나아지고 있습니다. 소비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전체 노동자의 임금도 늘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가계 소득 증가율' 그래프다. 청와대는 "가계 소득 증가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2분기의 2.8%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3분기의 2.1%를 그래프 상 더 높은 곳에 위치시켰다. 

또 1%p 추가 상승한 2018년 1분기의 3.7%를 실질적인 상승폭 대비 3배 가까이 부푼 것처럼 상승곡선을 그려 놓았다. 가계 소득 증가율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보다 부풀려 놓은 것이다.

   
▲ 청와대가 지난 달 31일 '대한민국 청와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게재한 '가계소득증가율' 그래프. 2015년 2분기의 2.8%보다 2017년 3분기의 2.1%가 그래프 상 더 높은 곳에 위치돼 있다. /사진=대한민국 청와대 페이스북 제공


통계를 접한 몇몇 네티즌들은 "2.1%가 2.8%보다 높네", "가계소득증가율에서 왜 2.1이 2.8보다 높음?", "그래프 조작하지 마세요.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겁니까?", "가계 소득이 증가되고 소비도 늘고 있는데 왜 폐업율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까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6일 "잘못된 점이 발견돼 수정했음을 알려드린다"며 "그래프 중 15년 2분기 지점의 2.8이 17년 3분기 지점의 2.1 보다 낮게 보이는 오류였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오류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청와대의 게시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낮게 보이는 오류가 아닌 낮게 그린 것이다", "이것 말고도 오류가 많다", "통계청의 수치는 거짓이 아닌데 그래프로 만들면서 오류가 생긴 것이 해당 그래프 말고도 많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의 해명에 수긍하기 보단 반발하는 모습이다.

또 가계 소득이 증가한 것은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올랐기 때문에 명목 가계소득이 증가한 것"이라며 "때문에 명목 소득이 올랐어도 '실질소득'은 그대로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청와대는 '한국 경제의 다양한 얼굴' 코너를 통해 국가신용, 투자, 고용, 소득, 수출 등에 대한 각종 그래프를 소개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그래프는 역대 최대 실업률·자영업자 폐업률 등은 언급하지 않은 채 청와대에 '유리한' 통계만 골라 소개한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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