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고용·투자 등 각종 경제 지표가 '추락'을 거듭하며 국내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기업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삼성과 LG, 현대자동차, SK, 신세계 등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경제 살리기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잇따른 투자 계획이 발표되면서 '빨간불'이 켜진 한국 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또 그동안 기업을 옥죄는 정책을 펼쳐왔던 정부가 '각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규제 완화 등 '친기업 정책'으로 화답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전날 180조원 신규 투자와 향후 3년간 4만 명을 직접 채용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답보상태였던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신세계 그룹은 지난 6월 3년간 6조원의 투자와 채용 3만 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SK그룹도 지난 3월 반도체와 차세대 정보통신 기술 등해 향후 3년간 80조원 투자, 2만8000명의 채용을 약속했다.
그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신사업분야에 23조원을 투자하고 4만50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LG그룹은 지난해 12월 올 한 해 동안 19조 원을 투자하고 약 1만 명의 신규 채용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기업이 발표한 투자 계획 규모는 향후 5년간 약 308조원, 채용 계획은 15만3000명에 이른다. 이중 삼성의 투자 규모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삼성 등 주요 기업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만큼 후발 기업들도 이에 뒤따르는 투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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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 현장 소통 간담회'에서 김동연 부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전문가들은 기업의 이 같은 투자가 악화된 국내 경제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기업의 투자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려면 지금의 '반기업정책'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각종 규제로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임에도 '통 큰 결단'을 내린 기업에 규제 완화 등 '친기업정책'으로 화답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며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고 장담했지만 오히려 악화되기만 했다"며 "경제는 '권력'으로 살릴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기업의 투자가 '경제 성장 여부'를 결정한다"며 "경제 정책은 기업의 이윤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업의 경쟁력이 곧 나라 경제의 근간이라는 뜻이다.
오정근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특임교수는 "삼성 등 기업의 투자 방안에 대해 정부가 '규제개혁'과 '노동 유연성 제고', '투자연구개발세액공제'로 화답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의 추격 속에 부실화돼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1995년부터 1996년까지 이루어진 '신경제5개년계획'으로 인한 과잉투자가 부실화되면서 1997년 외환위기가 왔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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