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정후(20·넥센 히어로즈)가 마침내 수위타자로 나섰다.
이정후는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 톱타자로 출전해 5타수 3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1-3 대승에 앞장섰다.
넥센이 파죽의 9연승을 달린 것 못지않게 야구팬들의 주목을 끈 것이 있다. 이제 만 스무살, 프로 2년차인 이정후가 타격랭킹 1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날 3안타로 이정후는 타율 3할6푼9리를 기록, 줄곧 1위를 지켜온 두산 양의지(3할6푼8리)를 제치고 타격랭킹 가장 높은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양의지는 시즌 초반부터 안치홍(KIA, 3할6푼)과 타율 1위 자리를 놓고 접전을 별여왔고 중반 이후부터는 독주를 해왔다. 그런데 이정후의 맹추격에 결국 수위타자를 내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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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넥센 히어로즈 |
이정후의 최근 타격감은 폭발적이다. 최근 10경기 타율이 5할1푼이나 된다. 지난주 6연전에서는 5안타(11일 LG전)를 친 적도 있고 4안타 경기 두 번 등 멀티히트만 5차례로 이른바 '쳤다 하면 안타'였다.
넥센은 115경기를 치른 반면 이정후는 80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부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압도적인 성적으로 신인왕에 올랐던 이정후는 12월 웨이트 트레이닝 중 손가락 부상을 당했다.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했음에도 열심히 몸을 만들어 시즌 개막을 정상적으로 맞았지만 5월 사구에 왼종아리 부상을 당해 16일간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부상 복귀 후에는 6월 중순 슬라이딩을 하다 어깨를 다쳐 또 약 한 달 간 결장해야 했다.
잦은 부상으로 '2년차 징크스' 우려가 높았지만 이정후는 더 단단해졌다. 공백기에도 타격감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고, 지난 7월 19일 복귀 후의 성적은 21경기 출전해 타율 4할6푼7리(92타수 34안타)로 경이로울 정도다.
이정후가 타율 1위로 나선 것은 두 가지 점에서 더욱 주목 받는다.
우선 아시안게임 대표팀 대체 발탁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 대표팀 엔트리에서는 부상자가 발생해 몇몇 선수의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 박건우(두산)가 부상 이탈함으로써 외야수 한 명을 대체해야 하는데, 이정후가 유력 후보로 급부상한 것. 선동열 대표팀 감독도 현재 수위타자 이정후를 외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타격에 빠른발을 갖춘 이정후는 대표팀에서도 리드오프를 맡기에 적격이고, 외야 수비도 중견수와 우익수 모두 가능하다.
약관의 이정후가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을 것인지 주목된다. 야구대표팀은 오는 18일 소집 예정이어서 조만간 교체선수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또 하나 관심사는 이정후가 현재 기세를 이어가 타격왕까지 차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만약 이정후가 타격왕에 오른다면 아버지 이종범(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함께 '부자(父子) 타격왕'이라는 사상 초유의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종범은 1994년 3할9푼3리의 고타율로 타격왕에 오른 바 있다.
'부자 타격왕'은 유명 부자 선수가 많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기록이다(세실 필더-프린스 필더의 '부자 홈런왕'은 있었다). 이정후가 타격 1위로 나선 모습을 그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하고 감격할 사람이 바로 아버지 이종범일 것이다.
출전 경기수가 적어 타수가 적은 이정후는 앞으로 안타 한두 개 치고 못치고에 따라 타율의 변동이 경쟁자들에 비해 많을 것이다. 유리할 수도 있고 불리할 수도 있다. 그래도 현재 타격감만 놓고 보면 이정후가 가장 강력한 타격왕 후보임은 틀림없고, 야구팬들은 사상 최초의 '부자 타격왕' 탄생 여부를 흥미롭게 지켜볼 것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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