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카드 만지작…기각시 후폭풍 우려해 결단 못내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 일당의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59·사법연수원13기) 특별검사팀이 수사종료 10일을 남기고 김경수 경남도지사(51) 신병처리와 청와대 연루 의혹에 대해 장고에 들어갔다.

수사 본류이자 특별검사팀 출범 목표로 꼽히는 드루킹 일당과 김경수 지사간 '댓글조작 공모-지시' 여부에 대해 특검팀은 김 지사의 신병처리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드루킹측과 김지사측 모두 기존 입장을 번복하는 진술을 내 특검팀이 구속영장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도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될 시 그 후폭풍을 우려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오는 25일 1차 수사기간이 종료되는 특검은 확보한 물증과 관계자 진술들을 토대로 막판 보강조사에 나선 상태다.

특검은 김 지사에게 드루킹 김씨를 소개한 청와대 송인배 정무비서관를 지난 12일 소환해 댓글조작 인지 여부와 드루킹 측근들의 대선캠프 합류 청탁 의혹을 추궁한 데 이어, 15일 백원우 민정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드루킹 인사청탁에 대한 청와대측 대응 내역 조사에 들어갔다.

앞서 특검은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댓글조작을 공모한 것으로 잠정 결론짓고 선거법위반 및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에 따른 피의자로 입건한 후, 지난 6일과 9일 두차례에 걸쳐 31시간 동안 고강도의 조사를 진행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이 드루킹과 주고 받은 모바일 메시지 및 통화 내역을 들이밀자 김 지사가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는 의혹에 대한 자신의 기존 진술을 뒤집은 것을 지적하면서, 청와대 인사 의혹과 맞물려 총영사직 파문이 커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드루킹 인사청탁에 청와대가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한 규명도 사실상 미완의 과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지사와 드루킹의 연루 의혹 접점에 있는 송 비서관은 지난 2016년 6월 국회의원이었던 김 지사에게 드루킹을 소개한 인물로, 지난해 대선 이전에 드루킹과 4차례 만났고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주최 간담회에 참석해 200만원을 강연료로 받았다.

백 비서관은 자신의 최측근인 도모 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에 임명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온 드루킹이 지난 3월21일 오전9시 경찰에 체포되자, 그로부터 1시간 뒤 청탁 대상자인 도 변호사에게 "만나자"는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일주일 뒤인 28일 백 비서관은 도 변호사를 청와대로 불러 1시간 가량 면담했다.

특검은 드루킹 김씨로부터 '올해 3월 청와대가 자신의 측근 윤모 변호사에게 아리랑TV의 비상임이사직을 제안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특검이 제기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김 지사를 구속기소하려면 관계자 진술과 증언이 일치해야 함은 물론이고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없어야 한다"며 "선거법위반 혐의 소명과 관련해서도 인사청탁 의혹에 대한 청와대측 사전조사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신병을 확보한다면 오는 25일로 예정된 수사종료일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 설득력을 얻겠지만 기각될 경우 특검활동이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수사 본류인 드루킹-김경수 공모 사건에 대해 '사실확인과 법리검토 단계'라고 밝힌 특검이 남은 시일이 촉박한 가운데 어떤 물증과 법리로 규명하고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 허익범 특검팀은 15일 오전9시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그가 드루킹의 댓글조작 행위 등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으며 인사청탁과 관련해 어떤 조처를 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