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북측 아들 리상철(71)씨와 만나 오열하고 있다./사진=뉴스통신취재단


[금강산 공동취재단=미디어펜 김규태 기자]60여년만에 상봉한 남과 북측 이산가족들을 위해 열린 환영만찬에서 주최측인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박용일 부위원장은 "이번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어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고 북남관계 개선과 발전을 적극 추동해나가는 또 하나의 의의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용일 부위원장은 이날 만찬 환영사를 통해 "따뜻한 혈연의 정이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뜻깊은 이번 상봉은 피가 물보다 진하며 한 핏줄을 나눈 우리 민족은 둘로 갈라져서는 살 수 없는 하나의 유기체와 같다는 철의 진리를 가슴깊이 새겨주는 소중한 화폭"이라며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날이 오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박 부위원장은 "오늘과 같은 기쁨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우리 민족 평화번영과 자주통일의 새시대를 열어놓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의 덕택"이라며 "온 겨레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북남 인도적협력사업의 첫 걸음으로 이번 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어 북남관계 개선을 적극 추동하는 의의있는 계기가 될 것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판문점선언은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다시 잇고 평화와 공동번영을 앞당길 수 있는 명확한 진로를 밝혀준 새시대의 통일 이정표"라며 "민족분열의 불행과 고통을 그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는 북과 남의 흩어진 가족, 친척들은 온 겨레가 화목하게 모여살 통일의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판문점선언이 열어놓은 역사의 새시대를 더 힘있게 추동해나가는 통일의 선각자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부위원장은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하여 그리고 그리운 혈육들과 감격적인 상봉을 한 여러분들의 건강을 위하여 이 잔을 들 것을 제의한다"며 건배사로 환영사를 마무리했다.

이에 우리측 상봉단장인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이날 만찬답사를 통해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분들의 건강과 가정의 행복과 우리 민족의 평화를 기원하는 뜻으로 건배 제의하겠다"며 "가족의 사랑을 생각하며 '사랑'이라고 선창하면, 여러분은 우리 민족의 평화를 기원하며 '평화'라고 뜨겁게 화답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서 총재는 이날 만찬답사에서 "오늘 상봉 행사를 계기로 남북 이산가족 아픔을 해소하고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 가는 인도주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데 남북 적십자가 함께 노력해 가야 할 것"이라며 "오늘만큼은 오랜 세월 가슴 한 편에 쌓아 두었던 시리고 아픈 상처와 그리움을 다 잊어버리고, 가슴 깊이 간직했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맘껏 나누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박 총재는 이날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산의 한을 품고 남측에서만 매년 3~4000명의 이산가족이 운명하고 있다"며 "적십자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남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살아있는 동안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만나고 싶을 때 언제든 자유롭게 만나고 추억이 깃든 고향에 돌아가 가족과 함께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오늘 상봉행사는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성실히 이행하는 매우 의미있는 만남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열린 환영만찬에서 남북 이산가족들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고 애틋한 모습으로 함께 식사를 나눴다.

만찬 메뉴로는 음료로 금강산 샘물과 사이다, 대동강맥주 및 인풍술이 제공됐고 쑥떡·닭튀김·밥조개깨장무침·청포종합냉채·돼지고기 완자탕·소고기 다짐구이·버섯남새볶음·오곡밥·얼레지토장국·수박·단설기·은정차 등이 나와 상봉단의 입맛을 돋구었다.

이산가족들은 이날 만찬에서 먹을거리를 서로 덜어주기 바빴고 소란스러운 와중에 서로의 귀를 가까이 하며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느 가족 식사 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테이블마다 나왔고, 별 것 아닌 얘기에도 60여년만에 만난 이산가족들에게서는 웃음보가 터졌다.

특히 이날 만찬은 앞서 오후3시에 2시간 진행된 첫 상봉 당시보다 긴장이 많이 풀린 가운데 진행됐다.

우리측 문현숙(여·91)씨를 비롯해 북측 문영숙(여·79)·문광숙(여·65)씨 등 세 자매와 조카가 오손도손 밥을 먹는 모습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명절 풍경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앞서 오후 첫 단체상봉에서 서먹서먹했던 일부 가족들은 식사를 함께 하면서 정신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에서 온 어머니는 북녘 아들에게 빵을 잘라 건네주고 아들은 어머니 접시에 떡을 놔주는 등 서로 무엇을 먹는지 챙기면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