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신용평가를 두고 국내와 국제평가사 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신용 등급이 해외보다 24% 정도 고평가되고 있는 것.
국내에선 평균 ‘AA+’ 등급을 받았지만 해외에서는 심지어 5계단이나 나춰진 ‘A-’에 머물고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포스코와 GS칼텍스, 현대자동차 등은 국내와 국제 신용평가 간극이 최대 8계단으로 평균치보다도 더 크게 벌어져 ‘등급 거품’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는 지난해 매출 기준 국내 100대 기업의 국내외 신용평가 등급(5월 기준)을 조사한 결과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신용평가를 받은 33개 기업의 국내 평가 등급은 평균 ‘AA+(조정수치 1.6)’인 반면, 해외에서는 ‘A-(6.8)’를 받아 등급 괴리가 5.2에 달했다고 19일 밝혔다.
공기업과 은행을 제외한 18개 민간 기업으로 좁혀보면 국내 신평사 평균 등급이 ‘AA+(2.2)’인 반면, 해외에서는 ‘BBB+(8.5)’를 받아 국내·외 괴리가 6.3으로 더욱 컸다.
해외 평가는 무디스, 스탠다드앤푸어스(S&P), 피치 등 3사가 매긴 등급의 평균치를, 국내는 NICE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역시 3사의 등급 평균치를 기준으로 했다.
국내·외 신용평가 등급 간극이 가장 큰 곳은 최근 20년 만에 ‘AAA(1)’등급에서 한 계단 강등돼 ‘AA+(2)’가 된 포스코였다. 해외 평가 등급 평균 조정수치가 9로 국내와 8계단 차이가 났다. 국내 평가등급이 해외보다 36%나 높은 셈으로, 포스코는 무디스로부터 Baa2(9), S&P BBB+(8), 피치 BBB(9)의 등급을 받았다.
GS칼텍스 역시 무디스와 S&P에서 10등급인 Baa3과 BBB-를 받았으나 국내에서는 2등급인 AA+로 8계단 차이가 났다.
이어 현대차, LG전자, 에쓰-오일, 롯데쇼핑, SK하이닉스, 현대제철 등이 국내에서 AAA(1)~A+(5)의 등급을 받았지만 해외에서는 BBB+(8)~Ba2(12)에 그쳐 7계단 간극을 보였다.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KT, SK텔레콤, SK종합화학, 이마트, 포스코건설, SK E&S 등은 국내서 받은 최소 등급이 AA-(4)였으나, 해외에서는 BBB-(10)로 6계단 차이가 났다.
반면 LG화학은 국가 신용등급과 통상 궤를 같이하는 공기업과 은행을 제외한 민간 기업으로서는 국내외 간극이 가장 작았다. 국내에서 2등급인 AA+를 받았고 무디스에서 A3(7), S&P에서 A-(7)의 등급을 받아 간극이 5계단에 불과했다.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국내(AAA)와 해외(AA-(4)~A+(5)) 격차가 3계단에 그쳤다.
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외환은행 등 시중은행 역시 국내서 일제히 AAA(1)를 받았고 해외에서는 A1(5)에서 A-(7)까지 평균 6등급을 받아 5계단으로 차이가 작았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국내서 AAA를 받은 공기업은 해외에서 평균 5등급(AA-~A+)을 받아 4계단 차이가 났다.
100대 기업 중 국내 신용 평가를 받은 곳은 78개사였으며, 1등급(AAA)을 받은 곳은 20개로 25.6%에 달했다. 해외에선 1등급을 받은 기업은 전무했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4등급으로 가장 높았다.
현대중공업,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물산, LG디스플레이, SK네트웍스, 현대오일뱅크, 두산중공업 등 45개 회사는 국내 신용평가사에서만 신용등급을 받아 해외 평가 이력이 없고, 삼성전자, SK이노베이션, 삼성화재해상보험, 현대글로비스 등 8개 회사는 국제 신평사에서만 등급을 받아 국내 등급과 비교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신용평가에서 국내·외 간극이 벌어지는 것은 국내 평가사는 해당 기업의 국내 경쟁력만을 따지고 채무상환 능력을 평가할 때도 모회사의 지원 등 기업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한국 대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국내·외 신용평가 간극이 큰 요인은 평가 수수료가 국내 신평사의 주 수입원이고 대기업이 기업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보니 기업의 입김이 평가에 어느 정도는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자율에 맡겨진 신용평가 시장이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미국이 도입한 등급 감시시스템 등 최소한의 방어책이라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