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참사에 이은 양극화 쇼크…文 정부, 현실 직시를
임기 말 성장 정책으로 유턴한 노무현에게서 배우라
   
▲ 조우석 언론인
노무현의 실정(失政)은 경제에서도 예외가 없다. 재임 5년 평균성장률이 4.4%였는데, 아시아 각국의 평균성장률(7%)과 세계평균(4.9%)을 밑돈다. 후보 시절 공약이던 7%에도 턱없이 미달하는 성적표는 본인의 고백대로 매를 맞아도 쌌다. '잃어버린 10년' 논쟁도 그때다. 김대중-노무현 좌파 정부 아래서 우리경제는 벌벌 기기 시작한 것이다. 

왜 그런지는 우리 모두가 안다. 성장보다 분배-복지에 힘쓴 결과다. 노무현의 경우 김대중 정부가 내세웠던 이른바 생산적 복지를 겨냥해 "그걸로 충분치 않다"며 차별화를 했다. 그 결과 임기 내내 복지예산을 연평균 20% 이상씩 올렸다. 역설은 이른바 솥단지 시위가 그때 벌어진 점이다. 

2004년 식당 주인 등 자영업자 3만 명이 못 살겠다며 거리로 나온 것이다. 거기에서 얻을 교훈은 만고불변이다. 더불어 잘 산다는 평등주의란 관념으론 그럴싸해도 현실에선 재앙으로 끝난다는 점, 그게 포인트다. 공산주의 70년이 그러했고, 김대중-노무현 같은 의사(擬似) 시장친화형 좌파도 예외 없다. 통계가 그걸 반영한다. 김대중 정부 이전 중산층은 68.7%였다.

그런데 노무현 임기 말엔 58.5%로 쪼그라들었다. 문재인 정부 아래서 '노무현 시즌2'가 반복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좌익 이념의 포로가 된 경제의 재앙적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보도대로 일자리 증가 폭이 7월에 5000개로 줄어든 데 이어 소득분배도 10년 만의 최악이다.

고용 참사에 이은 양극화 쇼크는 예고됐다. 2분기 중 상위 20%의 소득이 10.3% 늘어난 반면 하위 20%의 소득은 7.6% 감소했다. 그중 최저임금과 관련이 큰 근로소득은 15.9% 줄었다. 저소득층 소득을 올려 소득주도 성장을 한다더니 분배가 악화되는 역설이다. 경제학교과서에도 없는 실험 끝에 실시한 최저임금이 일자리를 잡아먹는 하마로 확인된 결과다. 

사회 분위기 역시 흉흉하다. 며칠 전 최저임금제 압박에 몰린 한 식당이 해고한 50대 여성이 자살하자 '최저임금제=사람 죽이는 제도'란 논쟁이 벌어졌다. 그뿐 아니다. 일자리 감소만큼 요즘 서민이 분노하는 건 미친 아파트 값이다. 이걸 계기로 문재인 정부와 정 떼었다는 이들이 속출한다.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 2개월 새 불이 붙었고, 방화 공범은 문재인 정부와 서울시장 박원순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의 핵심은 자명하다.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규제가 집값을 끌어 올리듯 선의(善意)로 포장된 반시장 정책이 약자에게 타격을 가하는 구조다. 어쩌면 이것까지도 정확하게 노무현 시즌2인지 모를 일이다. 

사실 아파트 값을 다락처럼 올려놓았던 장본인은 노무현이 아니던가? 당시 부동산 값 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 강력한 조세정책을 편 결과다. 걱정은 노무현 시즌2를 넘어 이참에 한국경제가 아주 주저앉을 지도 모른다는 불길함이다. 

   
▲ 문재인 정부 들어 일자리 증가 폭이 7월에 5000개로 줄어든 데 이어 소득분배도 10년 만의 최악이다. 저소득층 소득을 올려 소득주도 성장을 한다더니 일자리는 물론 분배마저 악화되는 역설에 직면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노동·규제 개혁에 실패해 경제 체질이 병든 상황에서 무모한 좌파경제 실험으로 망가지기 직전이 지금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성적표를 놓고 재난-재앙이란 말이 나도는 것도 그 배경이다. 기막힌 건 청와대 반응이다. 저들은 지난주 "양극화가 극심하다는 통계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이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한다"고 강변했다.

덜떨어진 매체 중앙일보조차 사설(8월24일 자)을 통해 그거야말로 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비판했는데, 대통령의 엉뚱한 인식도 문제는 문제다. 그는 25일 민주당에 보낸 영상축하 메시지에서 "전체적으로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고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튿날 청와대 정책실장 장하성이 올 하반기에 소득주도 성장의 속도를 더 낼 것을 다짐했다. 실정(失政)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다는 증거인데, 이참에 물어보자. 예전 좌파 내에 똬리를 튼 일부 경직성-교조주의를 "우리 안의 근본주의"라고 입바른 소리를 했던 게 누구였지?

대통령 자신이 아니었던가? 차제에 임기 말 노무현의 정책 유턴을 환기시켜드리고 싶다. 노무현은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신년사에서 소득 2만 달러 시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성장정책으로 성큼 돌아섰다. 저환율 덕에 목표 달성을 결국은 했다. 그 이전 그는 명백한 반 시장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란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미 FTA에 긍정적이었던 것도 그 배경이다. 그래서 그는 본인의 주장대로 '유연한 진보주의자'일 수 있다. 그런 노무현이 지금 살아 돌아온다면 무어라고 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 당신들의 독선과 무능 그리고 숨기고 있는 이념 본색은 이제 접을 때가 됐다. 그래서 주문한다.

노무현 시즌2는 빨리 마감할수록 좋다. 마이웨이는 그럴 때 외치는 구호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의 요구와 달리 문재인 정부가 그 결단을 하긴 할까? 속단키 어렵다. 한국경제 회생을 위해서는 마땅히 결단해야 한다. 그러나 시야 좁고 꽉 막힌 저들이 문제는 문제다. 

김대중-노무현보다 훨씬 더 평등주의적이고, 반(半)폐쇄적 경제마인드로 무장한 게 지금 청와대 386 운동권과 문재인 대통령의 실체다. 자기 목을 스스로 조르면서 "숨 막힌다", "갑갑하다"며 아우성을 치는 꼴인 저들의 각성은 언제 이뤄질까?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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