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여야가 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판문점선언의 비준을 위한 야당의 초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이행 조치 없이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임시국회에서 여야는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에 합의했지만 결의안 '문구'에서 입장차를 보이며 본회의에서의 처리에 실패한 바 있다. 당시 한국당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반영한 '북한의 비핵화'와 '북핵폐기' 문구가 결의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맞섰다.

이러한 양상은 8월 임시국회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을 전격 취소하는 등 북미관계가 불안정 상태로 다시금 접어들었고, 북한도 비핵화 조치를 내놓지 않는 정세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방북 취소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판문점선언으로 이어질 남북경협도 한국당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선언을 통해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 등을 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법제처는 이와 관련,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1조 3항에 따른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로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남북합의서로 판단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이 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한국당은 판문점선언 비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27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남북정상회담에 의도적으로 국회를 끌어들여서 프레임을 세우고자 하는 정략적 의도는 결코 올바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정양석 의원도 판문점선언으로 따르게 될 예산·비용추계가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여야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직접 나섰다. 문 의장은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판문점선언 비준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상회담 전에 비준동의를 한다면 회담에서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한국당을 설득했다. 앞서서는 국회 표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국회 핵심관계자는 "국회가 비준을 하는게 북한 비핵화를 위한 레버리지가 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국당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판문점선언 처리 여부는 오는 30일 본회의에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문 의장이 직접 언급하고 나선 만큼 직권상정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국회법상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 각 교섭단체와 합의된 사항인 경우에만 가능해 실현 가능성은 낮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판문점선언과 관련해서는 여야가 비준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정세를 풀어가는 방법론이 달라 처리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판문점선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공동사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