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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진권 전자유경제원장 |
문재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기로 결정했다.
모든 경제지표가 암울한 성과를 보였음에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믿음이 거의 종교 수준이다. 동시에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발표됐다. 예산안 구조를 살펴 보니 예산집행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을 이뤄보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느껴진다. 애초에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주류 경제학자들에겐 매우 생소한 이론이었다. 이런 허구철학을 정부예산으로 실현해 보겠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
정부가 나서서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이론에는 예산정책이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이론이 케인즈 정책이다. 정부지출을 늘려 민간의 유효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이룰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정부지출을 늘리는 것이 아닌, 정부지출 구조다. 똑같은 10조원의 예산을 집행한다고 해도, 복지에 지출할 때와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할 때의 경제발전 효과는 매우 다르다. 경제발전을 위해 정부지출을 확대하는 정책방향을 잡았을 때는 집행구조에 대해 고심해야 한다.
정부지출이 국가의 경제발전에 주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지출액 그 자체보다는 지출구조가 경제발전에 주는 효과가 크다. 이에 대한 실증 연구도 많이 존재한다. 대다수의 연구가 복지지출은 경제발전에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복지지출이 경제적 빈자들을 위한 정부의 고유책임이고, 민주 국가에서의 복지지출은 점차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복지 지출을 통한 경제발전을 기대해선 안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규모를 올해보다 9.7% 높은 수준으로 잡았다. 내년도 물가상승율을 포함한 경제성장률이 4.4%임을 감안할 때, 2배 이상 높은 파격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총액의 상승률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지출구조다. 복지분야가 전체 예산액에서 거의 3분의 1 수준을 차지한다. 올해 대비 증가율을 보더라도 12.1% 수준이다. 경제성장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복지지출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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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정부의 내년 예산안은 개인에게 퍼주는 세금복지가 급증한 점이 특징이다. 개인복지확대로 성장하는 나라는 없는데도 소득주도성장이란 미신적 정책을 위해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성장과 일자리창출을 견인하는 케인지언적인 SOC투자예산은 줄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에서 두번째). /연합뉴스 |
현 정부는 복지지출을 확대하면 경제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복지지출이 경제발전에 효과가 없다는 과학적 연구결과에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소득주도성장 철학에 대한 믿음과 함께 지출확대 정책효과에 대해 미신적 확신만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를 확대해서 성장한 국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과도한 복지로 경제가 악화된 국가들이 존재할 뿐이다.
내년도 예산안의 또 다른 특징은 사회간접자본(SOC) 부분이 올해 대비 축소됐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케인지언 경제학 구조에서 설명하는 정부지출 확대를 통한 경제발전은 SOC 영역을 의미한다. SOC 산업에 대한 투자는 다른 산업에 주는 연쇄효과 때문에 결과적으로 경제발전에 기여한다.
정부지출은 산업에 투자할 경우에 파급효과를 갖지만, 복지지출은 산업에 대한 지출이 아닌 개인 부분에 대한 지출이다. 물론 개인 소득이 증가함으로써, 소비 효과도 있겠지만 복지 수혜계층의 소비증대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경제성장 수준 이상으로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높임으로써, 이들 계층의 소비감소율이 더 커질 것이다. 지출과 세금측면을 종합하면, 정부개입으로 인해 전체 소비는 더 감소할 수도 있으며, 결과적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예측하는 방향과는 정반대로 갈 여지도 있다.
소득주도성장 철학에 충실한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로 인해 우리 경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만 생기면 정부지출을 확대해서 치료하겠다는 정부 만능주의가 우리 경제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할 것이다.
시장을 미워하는 문재인 정부 정책 입안자들의 머리에는 '시장실패'라는 용어만 있고, 정부개입으로 국가 경제가 망가지는 '정부실패'에 대한 개념은 없는 듯하다. /현진권 경제평론가, 전 자유경제원장
[미디어펜=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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