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31일 헌법재판소 창립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헌법재판소를 태동시킨 힘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이다. 민주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국민이 만들어낸 헌법적 장치"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국가기관"이라면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독립된 판단기준을 가지고, 오직 국민을 위해 헌법의 가치를 실현할 것이라는 믿음이 그만큼 크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헌법에는 권력이란 단어가 딱 한 번 나온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헌법조항"이라면서 "저를 비롯해 공직자들이 가지고 있는 권한은 모두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일 뿐이다. 국민의 기본권에 대해서는 더 철저해야하며 국가기관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더 단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창립 30주년 기념사 전문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내빈들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창립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뒷편에 문 대통령이 헌재 소장 후보자로 지명한 유남석 헌법재판관이 앉아 있다./청와대 제공


<헌법재판소 창립 30주년 기념식>

여러분, 반갑습니다. 

헌법재판소 창립 서른 돌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입법‧사법‧행정부와 헌법기관에서 
중요한 책임을 맡고 계신 분들과 함께
헌법재판소 창립 30주년을 기념하고,
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을 되새기는 자리를 갖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헌법재판소를 태동시킨 힘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입니다. 
그해 국민들은 한 마음으로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외쳤습니다. 
국민 스스로, 1948년 제헌헌법 이후 40년 동안 
법전 속에 잠들어 있던 헌법의 이념과 정신을 
삶 속으로 불러냈습니다. 

6월 민주항쟁의 승리는 
지금의 헌법을 만들어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87년 민주헌법의 산물입니다.
민주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국민이 만들어낸 헌법적 장치입니다. 

1988년 창립 당시 
제대로 된 청사조차 없었던 헌법재판소가 
국민 속에 뿌리내릴 수 있었던 힘도
자유, 평등, 민주를 향한 국민의 열망과 기대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에게 위임받은 헌법 해석의 권한으로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해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 하나하나는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 성장의 초석이 돼주었습니다. 

불합리한 관행, 부당한 국가권력의 행사로 상처받은 사람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치열한 토론과 과감한 결정으로 
오랜 인습과 폐단을 없애주었습니다.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인 악법들을 
위헌으로 결정할 때마다 국민의 삶은 좋아졌습니다.   

민주주의의 정착과 발전에도
크게 기여해왔습니다. 
헌법에 위반되는 정치제도의 개선을 이끌어냈고,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제도의 흠결을 보완해주기도 했습니다. 

국민과 함께 한 헌법재판소의 역사에는 
오늘 국민훈장을 받으신 조규광 초대 헌법재판소장님을 비롯한  
역대 헌법재판관님들의 헌신과 노고가 스며있습니다.
다시 한번 깊은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헌법재판소의 자랑스러운 오늘을 이끌고 계신
이진성 헌법재판소장님과 여덟 분의 헌법재판관님들, 
직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 

헌법은 국민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헌법을 수호하라는 국민의 명령,
억울한 사람을 지켜줄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
민주주의 발전의 기반이 되어주고 있다는 국민의 믿음에 
헌법재판소는 혼신의 힘을 다해 응답해왔습니다. 

헌법은 힘이 셉니다. 
국민의 뜻과 의지, 지향하는 가치가 담겼기 때문이며
국민들이 지켜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은 촛불혁명을 통해 
정치적 민주주의에서 삶의 민주주의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은 국민입니다.
국민의 손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국민과 헌법재판소가 동행할 때 헌법의 힘이 발휘됩니다.

기본권과 국민주권의 강화는 
국민이 정부와 헌법기관에 부여한 시대적 사명입니다
과연 우리 정부와 헌법기관들이 
국민이 부여한 사명을 제대로 수행해왔는지, 
헌법정신을 잊거나 외면할 때가 있지는 않았는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국가기관입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독립된 판단기준을 가지고,
오직 국민을 위해 헌법의 가치를 실현할 것이라는 믿음이
그만큼 큽니다. 

헌법에는 권력이란 단어가 딱 한 번 나옵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헌법조항입니다.
저를 비롯해 공직자들이 가지고 있는 권한은 모두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일 뿐입니다.

국민의 기본권에 대해서는 더 철저해야하며
국가기관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더 단호해야 할 것입니다.

헌법은 완전무결하거나 영원하지 않습니다.
헌법에 대한 해석 역시 고정불변이거나
무오류일 수는 없습니다.  
시대정신과 국민들의 헌법의식에 따라
헌법해석도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변할 수 없는 원칙도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완성과 인간의 존엄을 향한 국민의 뜻과 염원은 
결코 바뀔 수 없는 원칙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이 원칙에 굳건히 뿌리내릴수록
헌법을 포함해 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국민들은 자신의 삶에 더 충실할 수 있고
국가의 기반도 더 튼튼해질 것입니다.

내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민주권의 민주공화국을 선포한 지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헌법재판관 한 분 한 분은 
주권자인 국민들을 대신하고 있으며, 
저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는 국민의 마음을 
통합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국민주권을 강화하고 성숙한 민주공화국으로 가는 길에서
국민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실 것으로 믿으며,
헌법재판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