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최근 A모씨는 대학 시절 잠시 사용했던 카드를 재발급 하라는 신용카드 판촉 전화에 골치가 아팠다. 수신을 거절해도 하루에 몇 번씩이나 반복되는 전화에 지친 A씨는 결국 카드를 발급 받았다. A씨는 며칠 뒤 집으로 배송된 카드를 받았지만 봉투를 뜯어보지도 않은 채 구석에 던져두었다.
그러자 한 달 뒤 이번엔 카드사에서 해당 카드의 사용 내역이 없다며 3만원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모바일 상품권을 드릴 수 없다고 사용을 종용했다. A씨는 과도한 카드사의 마케팅 활동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올 정도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A씨와 같이 카드발급을 종용받는 고객들은 늘어나지만 그만큼 카드 사용 실적이 늘지 않아 카드사의 휴면카드 수가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오는 10월부터는 1년 이상 이용실적이 없는 휴면카드를 정지시킨 뒤 계약해지를 할 수 있는 기간을 9개월로 늘리는 신용카드 개인 회원 표준약관이 개정되면서 3분기에 휴면카드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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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3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신한·현대·KB국민·삼성·롯데·우리·하나·BC카드 등 8개 카드사의 휴면 신용카드 수는 614만8000매로 전분기대비 2.9% 증가했다.
여신협회가 발표하는 휴면카드는 이전 1년 이상 기간 이용실적이 없는 카드를 기준으로 공시한다.
금융당국에서 휴면카드에 대해 지속적인 정리를 주문하고 있지만 오히려 올해 2분기에는 휴면카드 수가 1분기에 비해 더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신한카드의 경우 휴면카드 수가 전분기 대비 16만1000장 급증하며 유독 눈에 띄었다. 실제 신한카드의 휴면카드 수는 2015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별 휴면카드 규모가 100만장을 넘어섰다.
신한카드의 총 신용카드 수 대비 휴면 신용카드의 비중 역시 전분기 4.72%에서 2분기 5.46%로 증가했다.
이외에 전분기 대비 휴면카드 수가 늘어난 곳은 현대카드(7만4000장), KB국민카드(1만7000장), 우리카드(1만5000장), BC카드(2000장)순이다.
카드사 입장에선 개인과 법인 신용카드로 사용하지 않는 카드가 늘어날수록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카드사 실적 악영향으로 인해 포인트 소멸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전분기 카드 모집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카드사의 마케팅 제약이 커진 것 역시 휴면카드 증가에 일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여신금융협회가 카드사들의 비용증가를 줄이기 위해 휴면카드 표준약관을 개정하면서 3분기 역시 카드사별 휴면카드 숫자가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신금융협회는 1년 이상 이용실적이 없는 휴면카드를 정지시킨 뒤 계약해지를 할 수 있는 기간을 9개월로 늘리는 신용카드 개인 회원 표준약관을 개정하고 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현재는 카드사가 휴면카드 회원에게 계약 유지 의사를 통보한 지 1개월이 지나도록 회원의 회신이 없으면 카드를 정지시키고서 재차 3개월 이내에 이용정지에 대한 해제 신청이 없으면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쉽게 카드가 발급되는 방식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카드사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우선 발급부터 하고 본다”며 “카드 발급 자체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휴면카드가 증가하는 것은 1인당 카드 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라며 “휴면카드 수의 증가는 카드사와 고객 모두에게 좋은 현상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카드사들이 카드 발급을 위한 과도한 마케팅 활동을 줄이는 것”이라며 “카드사 입장에서도 안 쓰는 카드를 발급하기 위한 비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경제학적 관점에서도 비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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