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미스터 션샤인'에 또 한 명 일본인 악역이 등장했다. 조선 침탈을 위해 총칼 차고 나타나 "내 싱민지 조서네 오르나루(식민지 조선에 올 날을) 고대"했다고 어눌하면서도 섬찟한 말을 뱉어낸 일본 군인 모리 타카시 역의 김남희다.

2일 방송된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새로 등장한 일본군 대좌 모리 타카시의 열연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고애신(김태리)의 집에 일본군을 이끌고 말을 타고 들이닥쳐 협박을 하고, 고애신을 지키기 위해 나타난 유진 초이(이병헌)와 대립을 하고, 식민지 조선을 삼키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일본에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해 신문사를 운영하는 김희성(변요한)을 회유하는 등 모리 대좌는 맹활약(?)을 펼쳤다.

   
▲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방송 캡처


모리 타카시는 군인이지만 아직 총을 쏘지도 칼을 휘두르지도 않았다. 조선 말을 열심히 배웠지만 발음의 한계 때문에 누가 들어도 일본인이라고 생각할 말을 툭툭 던지고, 조선인을 그저 식민지 백성으로 깔보는 듯한 눈빛을 던졌을 뿐이다. 

타카시가 유진과 말로 대치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미국에 있을 때 이웃으로 친분이 있었던 유진이 타카시를 알아보고 "높은 사람이 됐네? 여전히 영어는 안 늘었고"라고 말하자 타카시는 "내 조국에선 원래 높았어. 너랑 달리"라며 조선말로 대답했다.

유진이 "조선 말을 할 줄 아느냐"며 놀라자 타카시는 "왜 영어가 안 늘었는 줄 알아? 난 그 때 영어 대신 조선말을 배웠거든. 내 식민지 조선에 올 날을 고대하며"라고 일본인 냄새가 물씬 나는 조선말로 맞받았다. 

타카시의 연기가 워낙 강렬해 드라마 방송 직후 배우에 대한 관심이 치솟았다. 진짜 일본인 아니냐며, 어떤 배우인지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물론 타카시 역으로 나온 배우는 순수 한국인이며 김남희라는 신예 배우다. 드라마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낯선 얼굴인데다 너무나 리얼하게 일본인 역할을 소화해 등장하자마자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앞서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또 한 명 일본 군인 역의 배우가 크게 주목받은 바 있다. 츠다 하사 역의 이정현이었다. 

   
▲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방송 캡처


박박 깎은 머리에 매서운 눈매, 유창한 일본어와 함께 여성과 아이를 가리지 않고 조선인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총질을 하는 대표적인 악역이었다. 그 역시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일본인 배우 아니냐는 의심을 살 정도로 리얼한 연기를 펼치다 유진 초이에게 총도 맞고 혼난 뒤 극에서 쫓겨났다.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악역이 제한적이다. 구한말 열강의 침탈 시기를 다룬데다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화하려는 야욕을 본격화한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주로 악역은 일본인 또는 일본에 붙어 개인적 영달을 취하려는 이완익(김의성)같은 부류들이다.

츠다 하사 이정현에 이어 모리 타카시 김남희라는 '진짜 일본인 같은' 악역이 열연을 펼치며 드라마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런데, 혼자서 길길이 날뛰다 유진 초이와 고애신에게 제대로 당하며 사라진 츠다와 달리, 타카시는 결코 만만찮은 강적이다. 

2일 방송 말미에 타카시는 고애신의 방을 수색하다 찾아낸 뮤직박스를 유진 초이에게 보여주며 "근데 유진, 이거 원래 네거잖아"라고 말했다. 둘 사이 관계를 눈치 챈 타카시로 인해 유진과 애신이 어떤 위험과 고초를 겪을지, 타카시의 소름 돋는 말과 눈빛으로 인해 걱정이 커진 시청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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