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를 우려하는 철강업계가 미중 무역분쟁으로 한숨을 돌릴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9일 현대제철·동국제강·대한제강 등 국내 7개 철강사를 대상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에정이며, 정확한 금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이들 철강사와 건설업계간 철근 기준가 단체협상 과정에서 담합이 있었다고 판단, 지난 2016년 12월부터 조사에 들어갔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이들 철강사가 건설용 철근을 판매해 올린 매출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 가담기업에게는 담합 기간 매출의 10%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2011년 철근 가격 인상으로 양 업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및 국토해양부(현 국토부) 등 정부부처가 철근 부족으로 인한 건설공사 중단을 막기 위해 중재에 돌입하면서 단체협상이 도입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한 철근 생산 구조 및 시장상황을 볼 때 담합이 어렵다고 반박했다. 철근은 원재료값이 판매가의 절반을 상회할 뿐더러 기술수준이 유사한 설비에서 생산된다는 점에서 철근 가격이 비슷하게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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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위가 건설사 철근을 판매한 철강사들을 대상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전망이다./사진=현대제철 |
이같은 상황인 가운데 당초 국내 업체들의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던 미중 무역분쟁이 오히려 호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과 중국이 상호 관세를 매기는 과정에서 양국에 대한 수출이 타격을 입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 한해 쿼터를 면제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수출 확대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 관련 관세 부과를 지시했으나, 한국·브라질·아르헨티나산 철강 제품과 아르헨티나산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쿼터 면제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기업들은 미국 내 철강·알루미늄 업체들이 충분한 양과 질로 생산하지 못하는 경우에 한해 신청 가능하다"면서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쿼터에서 면제를 받으며,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미국이 입장을 선회한 이유로는 앞서 중국산 철강 휠 제품에 최대 172.51%에 달하는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내린 데 이어 현재 추진중인 2000억달러(약 221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철강 제품 부족이 발생할 것에 대비한 것이 꼽힌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예정된 중간선거 등을 겨냥, 올 하반기 사회간접자본(SOC)를 확대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철강 제품의 수급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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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상무부는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브라질·아르헨티나산 철강제품 쿼터 및 아르헨티나의 알루미늄 쿼터 관련 선별적인 면제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
이에 따라 포스코·현대제철·현대일렉트릭·대원 아메리카 등은 ▲방향성 전기강판 ▲전기강판 ▲스테인리스강 ▲냉연 및 튜브 등 자동차용 철강을 비롯한 제품에 대해 쿼터 면제를 신청했으며, US스틸과 AK스틸 등 미 철강업체들이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상무부가 국내 기업의 신청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면서도 "미국 내 철강업체들의 품질이 충분치 않아 승산이 있으며, 쿼터가 면제될 경우 대미 수출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보호무역이 자국 내 기업과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유정용 강관 수요 증가 등으로 미국 내 철강 가격이 높아지는 가운데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가 맞춰지면서 가격이 낮춰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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