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중심으로 세계 가전시장 선도…화장품·유통 등 생활산업은 여전한 약세

국내 기업들은 가전·조선·해운 등 첨단 및 장치산업에서 강세를 보이며 글로벌 톱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유통·패션·제약·인터넷 등 생활 서비스산업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14(Consumer Electronics Show) 현장 / 사진=KOTRA 제공

22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외 대기업들의 글로벌 매출 순위를 조사한 결과, 주요 22개 업종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9개 업종에서 톱 10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정상을 달리는 업종은 가전과 조선 두 분야다. TV와 모니터, 백색가전 등 가전 업종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전 세계 1~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가전 부문에서 482억달러(한화 약 50조원) 매출로 소니(164억달러. 3위)를 3배 정도 앞서며 1위에 올랐다. LG전자도 360억달러 매출로 도시바(125억달러), 파나소닉(114억달러) 등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영업이익률도 3% 안팎을 달성해 영업적자를 낸 소니, 도시바 등 일본 기업들과 대비됐다.

조선업에서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6개 국내 기업이 톱10의 자리를 차지했다. 현대중공업이 519억 달러(한화 약 54조원)로 1위를 차지했고, 대우조선해양(146억달러), 삼성중공업(142억달러), 현대미포조선(38억달러)이 3~5위에 올랐다. STX조선해양(32억달러)과 한진중공업(24억달러)도 7, 8위로 순위 안에 들었다.

휴대폰, 반도체, 철강 등 3개 업종에선 국내 기업들이 2위에 오르며 일제히 선두와의 격차를 좁혔다.

삼성전자는 휴대폰과 반도체에서 각각 1328억 달러(한화 약 139조원)와 358억 달러(37조원) 매출로 애플(1710억달러)과 인텔(527억달러)을 추격했다. 삼성전자의 두 업종 매출은 애플과 인텔의 78%와 68% 규모이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65%와 62%에서 각각 13%p, 6%p나 격차를 줄인 것이다.

포스코는 철강 업종에서 592억 달러 매출로 룩셈브루크 아세로미탈(794억달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업황 부진에도 1위 기업 대비 매출 비중이 71%에서 75%로 4%포인트 높아졌다.

완성차, 자동차부품, 해운, 통신 등 4개 업종에서도 국내 대표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1% 늘어난 327억달러로 글로벌 6위로 도약했다. 특히 1위인 로버트보쉬 대비 매출비중이 52%로, 전년 42%에서 10%포인트나 높아졌다. 영업이익 역시 72% 수준까지 추격했다.

완성차 업종에선 현대차가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기업과의 경쟁 속에서 10위를 기록했고, 해운과 통신에서는 한진해운(99억달러·7위)과 KT(228억달러·10위)가 순위권에 올랐다.

석유화학 업종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13위(638억달러)로 국내 기업 중에서는 순위가 가장 높았고, GS칼텍스(437억달러·16위), 에쓰-오일(298억달러·19위), LG화학(221억달러·20위) 등은 20위 안에 들었다.

반면 화장품·유통·제약·인터넷 등 생활산업 업종에서는 글로벌 시장 내 후발주자로 머물러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 업종에서 그나마 13위(30억달러)를 기록했지만, 1위 로레알과 비교하면 10% 수준에 불과했다. 롯데쇼핑(270억달러)은 월마트의 5.7% 규모로, 글로벌 순위권에는 아예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국내 제약업계 톱 기업인 유한양행(9억달러)도 1위 기업 매출의 1.6%에 불과했다.

국내 인터넷 시장을 장악한 네이버 역시 매출이 구글의 3.7% 밖에 되지 않는다. 이밖에 건설, 방위산업, 우주산업, 주류, 패션 등의 업종에서도 국내 기업은 존재감이 없었다.

글로벌 순위는 지난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했으며, 여러 업종에 걸쳐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경우는 부문별 실적을 추출해 사용한 것이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