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치매 전두환, 재판 나가라"…사실관계도 모른 채 선동
매체비평 '한 신문의 추락에 관한 보고서'를 상하 편으로 나눠 게재한다. 우선 동아일보 사건팀장 신광영 기자가 며칠 전에 쓴 칼럼 '알츠하이머라는 전두환… 기억에서 탈출할 자격 있나'가 문제다. 맹랑하게도 그 글은 현대사의 분수령인 1980년대에 대한 운동권적 인식으로 온통 오염돼 있어 우릴 놀라게 했다. 더 큰 문제는 왕년의 동아일보가 신문의 근본까지 잊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월 그 신문의 창업주(인촌 김성수)에 대한 건국훈장 서훈을 취소했는데, 당시는 물론 지금껏 사실보도를 누락한 데에 이어 관련사설-칼럼을 내보낸 바 없다. 신문 정체성을 흔드는 폭거에 대한 완전 침묵 내지 굴종적 지면제작이 그저 놀랍다. 때문에 이 매체비평은 특정신문 아닌 언론 죽음에 대한 문제제기다. [편집자 주]

[매체비평 연속 칼럼] '한 신문의 추락에 관한 보고서'-上
 

   
▲ 조우석 언론인
동아일보 사건팀장 신광영 기자가 쓴 칼럼 '알츠하이머라는 전두환… 기억에서 탈출할 자격 있나'는 우릴 실소(失笑)케 하는 글이다. 어줍지 않은 정의감으로 무장한 채 사실관계조차 확인치 않고 현대사를 논하고 전직 대통령 한 분을 능멸하는데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386세대의 운동권적 인식으로 똘똘 뭉쳐있다는 점도 눈에 뜨이는데, 조중동의 중간 간부가 이러면 곤란하다. 기자 자질을 떠나 그 신문의 게이트 키핑도 문제다. 천하의 동아일보 오피니언 지면이 이런 글로 도배돼있다는 게 유감천만일 뿐이다. 하도 어이가 없으니 '조갑제TV'에서 일차로 다뤘는데, 그 글은 전두환 전 대통령(87)에 대한 비판이다.

얼마 전 광주지법 재판에 불출석하며 알츠하이머병 핑계를 댔는데, 그러면 안 된다는 일갈이다. 즉 치매 환자가 회고록을 낸 것부터 잘못이라며 다음의 궤변이 늘어놓는다. 전두환이 치매라면, 국민의 용서가 없는 상황에서 가해(加害)의 기억만 송두리 채 잊는 결과라서 더 큰 문제다….

때문에 광주 재판이나, 곧 출범할 5·18특위에 '닥치고 출석'해서 진실을 밝히라는 독촉인데, 한마디로 가소롭다. 우선 사실관계부터 바로 잡자. 전두환이 광주5.18의 발포 명령자이며, 5.18 자체가 신군부의 학살극이라는 고정관념을 그는 믿는 듯한데, 그 자체가 근거 없다. 운동권이 뒤집어씌운 그 혐의는 지난 40년 입증된 바 전혀 없다.

직접 확인해보라. 그게 분명한 진실이다. 당시 그는 군 통수권자(대통령)도, 계엄사령관도 아니었다. 단지 정보책임자 신분이라서 발포 명령을 내릴 명령 계통에 있지도 않았다. 그게 오래 전 12.12 검찰 수사를 포함해 수차례의 과거사 조사위 활동에서 내린 결론임을 밝혀둔다.

그런 사실관계가 5·18특위 조사(2년 플러스 알파로 예정됨) 결과에서 뒤집힐 수도 있겠지만, 신문이 그걸 앞질러 예단하며 '가해자 전두환'를 만들 순 없다. 광주 재판 문제란 것도 그렇다. 그곳의 향판(鄕判)들이란 게 과연 공정할까? 지역정서를 등에 업은 인민재판의 가능성은 없을까?

실은 이 문제는 형사소송법 15조에 나와 있다. 해당지역 민심이 공정재판을 위협할 경우 검찰은 관할재판 이송 신청을 규정하고 있다. 그 이전에 재판에서 다룬다는 사안 자체가 국민들의 눈엔 어불성설이다. 전직 대통령이 현대사 기록 차원에서 펴낸 회고록인데, 일부 표현을 문제 삼아 재판을 벌이니 전두환이 호남에 내려와 두들겨 맞으라고?

   
▲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순자 여사가 두 손을 잡고 산보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DB

결정적으로 건강문제인데, 그 분은 치매 환자가 맞다. 필자의 경우 전 대통령 내외분을 모시고 지난해 초여름 저녁식사를 한 바 있다. 그날 대화 분위기는 좋았는데, 평소와 달리 유독 그 분의 기억력이 명료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행운이라고 관계자들이 내게 귀띔을 해줬다.

당시에도 상태가 안 좋을 때면 "지금 대통령이 노태우인가?"라고 묻는 일도 잦다고 들었다. 그게 1년 3개월 전 일이다. 90세가 다 된 분은 하루가 다르게 건강이 악화된다. 그런 분을 법정에 부르겠다는 건 몰상식하다. 사실  퇴임 후 30년 동안 한국사회가 그에게 반복해온 가혹행위란 폭력-저주의 굿판에 다름 아니었다. 법정 출석 요구란 그 연장선이다.

그리고 치매를 앓는 분이 어떻게 회고록을 냈을까? 그런 의혹이란 것도 한 마디로 무식하다. 서문을 보면 10여 년 전부터 초고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단 마무리를 민정기 비서관이 했다. 뭐가 문제인가? 그렇다. 섣부른 정의감으로 뭉친 그 기자에게 공부 좀 더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그리고 동아일보의 균형감각 회복도 기대한다. 1980년대 이후 현대사 수정주의 물결이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게 사실이다. 때문에 세상의 지식정보가 온통 오염된 판에 동아만이 '무균질의 섬'일 순 없다. 그래도 천하의 동아가 한겨레 뺨치는 운동권적 인식으로 똘똘 뭉쳐있다는 건 곤란한 일이다. 그리고 차제에 1980년대에 대한 나의 오랜 지론도 전하려 한다.

현대사의 분기점이던 이 시기를 정의가 실패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시기로 보느냐, 그 반대로 보느냐가 결정적이다. 무엇보다 80년대를 악마의 시기로 규정하는 운동권 인식이야말로 이 나라를 불행에 빠뜨리고 있는 요인이다. 반미 운동, 우리민족끼리라는 질병도 여기서 출발한다.

때문에 "80년대 재인식 없이 대한민국 긍정은 없다"는 지면 캠페인을 동아일보가 앞장서 해주길 나는 제안한다. 유감이지만 지금 동아의 지면제작 능력으론 그게 불가능하다. 앞서 암시했듯 2.5류 매체 동아일보는 신문의 근본마저 잊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2월 그 신문 창업주(인촌 김성수)에 대한 건국훈장 서훈을 취소했던 게 발단이다.

동아일보가 지금껏 그 관련 사실 보도를 누락한 것은 물론 사설-칼럼 한 꼭지를 내보낸 바 없다는 게 사실이다. 배경과 사실관계를 다음 회 밝히겠지만, 오해 마라. 이 칼럼은 한국언론의 회생을 기대하는 글이다. 벌써 2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무렵부터 언론에 대한 환멸은 갈 데까지 갔다.

당시 "조중동이 신문이라면, 우리 집 두루마리 화장지는 팔만대장경이다."란 냉소가 나돌았다. 탄핵 소동 자체가 언론의 난(亂)이라는 걸 알던 사람들이 조중동에 등 돌렸다. 이후 상황은 더 나빠졌다. 그래서 지금 언론의 죽음은 언론환경의 차원을 떠나 국가위기 내지 해체의 국면임을 재확인해준다. 그래서 이 글은 매체비평이자, 사회칼럼이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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