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새 지도부를 선출하며 내부통합을 다짐했던 바른미래당이 국회의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를 놓고 갈등의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에 이어 김관영 원내대표까지 판문점선언 비준에 협조적으로 나오자 소속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양상이다.

손 대표는 취임 이틀째인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판문점선언 비준에 당이 적극적으로 협조할 생각”이라며 “다만 국제관계도 있고 해서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동안 바른미래당이 견지해 온 입장과 궤를 달리하는 발언이다.

당장 당내에서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지상욱 의원은 “손 대표의 발언은 그간 바른미래당이 견지해 온 신중한 대처 방향에 맞지 않다”며 “취임 후 상의 없이 나온 발언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고, 이언주 의원도 “판문점선언은 구체적 내용이나 사업, 지출 규모가 나와 있지 않은 포괄적 합의에 불과하고, 북한의 비핵화도 안되고 있어 섣불리 비준해줄 수 없다”고 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노출했던 당내 ‘화학적 결합’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자 손 대표는 진화에 나섰다. 그는 5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 의원이) 내용을 모르고 얘기했을 것”이라며 “듣기로는 다른 의원이 나중에 (발언 취지를) 얘기했더니 ‘그러면 괜찮지’라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손 대표의 발언으로 촉발된 내홍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6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야 모든 정치세력이 한마음 한뜻으로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고, 전 세계에 한국의 강력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자는 대통령과 여당의 요청에 바른미래당은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진전이 없다는 점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가 빠져있다는 점 등을 들어 “야당의 우려도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했고, 판문점선언 비준에 앞서 국회 차원의 결의안부터 채택하자는 중재안도 함께 내놨다.

하지만 지 의원은 이날 김 원내대표의 연설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4일 정기국회 개원사에서 ‘국민의 72%가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에 압도적으로 지지하며 찬성하고 있다’는 설문조사를 발표했지만 이는 특정 답변을 유도하는 설문 문항에 따른 것”이라며 당 부설 바른정책연구소가 실시한 별도의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지 의원은 “바른미래당을 창당할 당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의한 정강·정책을 보더라도 ‘한반도 비핵화와 강력한 대북억지력 구축, 지속적인 제재 압박, 대화로 북핵 포기를 달성한다’고 쓰여 있다”며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를 향해 “정강·정책에 당이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왼쪽)./사진=바른미래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