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미스터 션샤인'이 슬슬 결말로 향하고 있다. 김태리는 다시 총을 들었고,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이병헌과 유연석, 변요한은 김태리를 지키기 위해 예정된 비극 속으로 몸을 던져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8일 방송된 tvN 토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더욱 처연해졌다.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김태리를 중심으로 한 세 남자의 사랑은 더욱 슬퍼졌고, 일본의 침탈이 노골화되면서 조선의 통곡소리는 더욱 슬퍼졌다. 이미 알고 있는 그 시대의 역사가 슬픈 운명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인물 하나하나에 더욱 연민을 느끼게 한다.

고애신(김태리)은 구동매(유연석)가 자신의 머리카락까지 자르며 지켜주려 하는 것을 애써 외면하며 독설을 내뱉었다. 유진 초이(이병헌)는 동매가 애신의 머리카락을 잘랐다는 소식을 듣고 동매에게 달려갔으나, 이미 애신의 할아버지 고사홍(이호재)으로부터 매타작을 당하고 있었다. 고사홍이 돌아간 뒤 유진은 동매에게 왜 그랬는지 물었고 "이완익(김의성)이 애기씨 뒤를 캡니다"라는 설명을 듣고 수긍을 했다. 그 때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김희성(변요한)이 동매에게 어설픈 주먹을 마구 날렸고, 동매는 그저 맞고만 있었다.

   
▲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홈페이지


애신을 향한 세 남자의 사랑. 각자 처한 위치와 방법은 달랐지만 사랑하고 지켜주겠다는 마음은 이렇게 같아 슬펐다.

이완익은 조선을 팔아넘기겠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일본군 대좌 모리 타카시는 일본의 식민지 정책에 방해가 되는 의병들을 제거하기 위해 무자비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완익이 철도 개발을 핑계로 고사홍의 집을 박살내자 고사홍은 소작농들에게 전답을 모두 나눠주고 유진과 동매를 불러 유언같은 부탁을 했다. 유진에게는 모리 대좌를 죽여줄 것을, 동매에게는 애신을 지켜줄 것을 부탁했다. 모리 대좌를 죽이는 것으로 조선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저항을 해보겠다는 의식있는 사대부, 홀로 남을 애신을 지키기 위해 백정의 자식에게까지 부탁을 하는 부성애, 그런 고사홍의 행동과 말이 슬펐다.

주변 정리를 마친 고사홍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조국과의 마지막 의리를 지켰지만 집안은 풍비박산됐고 애신도 자취를 감췄다. 이완익과 모리 타카시는 고사홍의 49재 때 애신을 붙잡기 위해 일본군을 동원했고, 일본군의 무자비한 학살에 문중 사람들과 함안댁(이정은) 등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졌다. 49재에 참석했던 김희성까지 총을 들고 맞싸우게 만드는 처참한 장면, 희성이 목숨을 잃을 위기의 순간 애신과 의병들이 나타났다. 일본군의 총구에서 터져나온 총성, 그 총에 맞아 이 땅의 백성들이 흘린 피, 그런 역사가 슬펐다.

고사홍의 부탁을 받고 나왔을 때 구동매는 유진에게 넋두리를 했다. "결국 우리 둘 다, 애기씨 곁에서 멀리 치우셨습니다. 나는 지키게 하여, 나으리는 죽이게 하여." 어떤 운명이 자신들 앞에 놓여있는지 알고 있는 이 사내의 말이 가슴을 저미게 했다. 

그 말을 듣고 유진이 애신을 향한 독백을 했다. "누가 제일 슬플지는 의미 없었다. 인생 다 각자 걷고 있지만, 결국 같은 곳에 다다를 우리였다. 그대를 사랑한다. 그러니 그대여 살아남아라. 누구의 결말도 해피엔딩은 아닐 것이다."

   
▲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홈페이지


유진의 독백처럼 '미스터 션샤인'에 해피엔딩은 없을 것이다. 

고사홍의 장례식에 고종 황제(이승준)가 친히 문상 온 것을 본 이완익이 깐죽대다가 고종에게 한 방 맞을 때, 모리 대좌가 구동매를 깔보며 위협하다가 업어치기 한판을 당해 나뒹굴 때, 속이 후련했다. 김희성이 일본군의 총에 맞기 직전 의병들과 애신이 나타나 구해줄 때는 가슴 뭉클했다.

하지만 잠깐씩 이런 카타르시스를 맛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우린 알고 있다. 조선은 결국 일본의 식민자가 됐고, 수많은 민초들이 고초를 겪었으며, 일본 제국주의와 맞서 싸운 독립투사들이 얼마나 고행의 길을 걸었는지. 

앞으로 누군가 이완익과 모리 타카시를 응징할 것이다. 애신은 갈고닦은 총솜씨로 조선의 적 몇몇을 쓰러트릴 것이다. 애신을 지키기 위해 유진과 동매, 희성은 여태껏 그래왔듯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던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유진의 독백처럼 '해피엔딩은 아닐 것'이다. 이완익같은 매국자, 모리 대좌보더 더 독한 일본군이 나타나 이 땅을 짓밟고 수탈한 아픈 역사가 엄연히 있다.

차라리 '미스터 션샤인'이 판타지 드라마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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