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지난 9일 정권수립 70주년(9.9절) 기념행사에서 열병식 주석단에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을 제외하고 열병식에서 전략군 비중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볼 때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조기 방북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11일 서울 광화문 세종클럽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폼페이오 장관이 18~20일 평양 정상회담과 23~27일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사이에 방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기동 안보전략연 부원장은 “지금 북미간 협상국면이 깨지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안되고, 두 정상들 수준에선 정상회담에 대한 애착과 필요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동 부원장은 “특히 이번에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임명된 스티븐 비건은 비즈니스맨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부단위에서 발생되는 교착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로 비건 특별대표를 내세워 협상하려고 하는 것을 고려할 때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임수호 안보전략연 책임연구위원은 북미정상회담 개최 시기에 대해 “오는 27일 유엔총회 계기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이후와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이뤄지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전망했다.
또 임수호 연구위원은 “시기보다 중요한 것이 의제”라며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0년 이내에 비핵화를 완성하겠다고 했는데 이때까지 완전한 비핵화는 기술적으로 어렵고,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처럼 불가역성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 핵능력의 불가역성이란 2020년까지 북한 핵 능력의 상당 부분을 덜어내는 것으로 이번에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 이런 구체적인 합의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우선 북한이 핵신고부터 하면 종전선언과 맞교환하고, 2020년까지 북한의 핵능력이 불가역성에 도달하면 평화협정을 체결하거나 대북제재를 어느 정도 완화하는 조치들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북미정상회담의 의제로 올려져 논의되어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이날 안보전략연은 4차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미국의 중국책임론 공세 속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 없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하기에는 부담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북중관계의 긴밀함을 볼 때 또다시 북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기동 부원장은 “지금 미중관계를 볼 때 전반적으로 미국이 강세이고, 중국이 약세로 돌아서는 추세”라며 “상황을 분석해볼 때 미국의 중국책임론도 불사하고 북중정상회담이 다시 개최될 지는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기동 부원장은 최근까지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있었던 것에 대해 “물건 거래를 예로 들면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고, 얼마나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니까 물건을 보고 거래하자고 하는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너무 중요하고 소중한 물건이니 대가를 받지 않고는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 미국 입장과 팽팽히 맞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부원장은 “북미간에 이런 의심이 타협을 이루는 로드맵이 나온다면 신뢰를 바탕으로 한 합의가 될 것이므로 앞으로 비핵화 협상은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로 말했다.
한편, 안보전략연은 지난 북한의 9.9절 열병식을 분석하면서 ICBM과 SLBM이 공개되지 않은 것과 함께 ‘미국’을 거론하는 것 자체를 자제하고, 대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에서 대미 비난 내용이 배제된 것을 특징으로 짚었다. “이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유도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운신의 폭을 확대하기 위한 명분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또 김정은 위원장의 직접 연설이 빠진 것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발표할 경축사의 내용고 이미 대외적으로 표명한 여러 유화적 메시지간의 모순이 발생할 가능성을 기피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열병식 녹화방영은 지난 2.8 건군절 기념 열병식 때 ‘선군호’ 탱크의 고장으로 대열 이탈사고가 난 것을 감안해 그 이후부터 녹화방송으로 복귀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 밖에 이번 열병식에서는 최초로 ‘해남도전선부대 종대’와 ‘군수공업 부문 로동계급 종대’가 등장했는데 국공내전 당시 북한의 대중 군사지원의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 전략연의 분석이다. 전략연은 “북중 혈맹을 중시하는 차원의 이례적인 퍼포먼스가 연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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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12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