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사랑스러운 덕선이 캐릭터로 2015년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었던 이혜리가 스크린에도 출사표를 내밀었다. '딴따라'(2016), '투깝스'(2017) 등 지상파 드라마 주연으로 연달아 이름을 올리며 자신을 끊임없이 시험했던 행보 덕일까. 신드롬을 일으켰던 '응답하라 1988' 출연이 불과 3년 전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지치지 않는 쾌활함과 열정으로, 삶을 배우는 자세로 현장에 임하는 그는 어엿한 배우로 성장하고 있었다.
"원래 SF 장르 마니아는 아닌데, 제가 촬영한 거라 그런지 재밌더라고요.(웃음) 상상을 하면서 읽었던 시나리오가 눈 앞에 펼쳐지니까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처럼 너무 신기했어요. '어떻게 저런 게 나오지' 하고. 그리고 너무 떨려서 제대로 못 봤어요. 마음도 떨리고, 어깨도 아프고… 제가 어떻게 앉아있는지 모를 정도로 화면 속 제 모습을 봤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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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괴'의 배우 이혜리가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물괴'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혜리는 시사회에서 작품을 처음 본 당시를 생생하게 묘사해냈다. 스크린 데뷔작인 만큼 많이 설레는 마음이었을 테다. 더군다나 제작비 100억원 규모의 대작에서 타이틀롤을 꿰찼다는 건 배우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큰 일이었다. 부담스럽고 떨리는 것은 당연했다.
"영화는 처음 하는 거라서 제작비, 숫자에 대한 개념이 없었어요. 100억까지 들 줄도 몰랐고. 촬영 중 'CG는 이렇게 돈이 많이 든대'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물괴가 몸값이 제일 비싸네' 그러고 말았거든요. 그런데 이제 실감이 나요. 제작보고회, 언론시사회, 무비토크 등 일정을 소화하면서 정말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무것도 모를 때의 기분을 느껴요. 새롭고, 떨리고… 제가 이렇게까지 떨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낯도 안 가리고, 생방송을 해도 잘 안 떨거든요. 근데 영화를 보기 전에는 한마디도 못 할 정도로 떨리더라고요. (최)우식 오빠가 '왜 이래?'라고 할 정도로."
'물괴'(감독 허종호)는 조선 중종 22년 역병을 품은 짐승 물괴가 한양에 나타나고 이를 잡으려는 물괴 수색대가 나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 혜리는 극 중 수색대 대장인 윤겸(김명민)이 홀로 키운 외동딸 명 역을 맡아 위기의 순간에도 물러서지 않는 당찬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허종호 감독님도 김명민 선배도 '우리끼리만 있어도 재밌는 영화를 만들어보자'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물괴가 나오지 않는 신에서도 밀도 있는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요. 그래서 캐릭터를 잡아갈 때도 처음부터 차근차근 생각했죠. 명이는 왜 이렇게 용감한지, 이렇게도 어른스러운지. 풀어가야 할 이야기가 많아서 명이의 전사나 에피소드가 자세히 나오진 않았지만, 명이의 감정과 아빠에 대한 명이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그런 이혜리를 보고 김명민은 "강단 있고 때로는 담대하다. 얼마든지 언제든지 배울 준비가 되어 있고, 스펀지처럼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굉장한 능력이 있다"고, 김인권은 "한국영화에 이름을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배우로 크게 성장할 것이다"라고 극찬했다. 높은 몰입도와 집중력으로 선배 배우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이혜리는 현장이 마냥 즐거웠다고 전했다.
"대선배님들이고 나이 차가 많이 나다 보니 오히려 더 편했어요. 선배님들이 '삼촌이라고 불러' 이렇게 말씀해주세요. 물론 호칭은 선배님이라고 부르는데.(웃음) 선배님들이 너무 좋으셔서 복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현장에서 서로를 불편해하면 그게 촬영에서도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전 현장이 워낙 좋아서 그런 걸 전혀 못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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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괴'의 배우 이혜리가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물괴'는 조선의 심장을 위협하는 물괴와 이에 맞선 수색대의 사투가 극의 중심이면서도 물괴의 실체에 다가가면서 벌어지는 세력 다툼을 그려낸다. 이혜리는 강렬한 존재감의 물괴뿐만 아니라 고위 관리들의 세력 다툼으로 인한 민초들의 애달픈 상황에 마음이 갔다고 털어놓았다.
"김명민 선배님 대사 중 '두렵고 힘든 백성들의 마음에 물괴가 있습니다'라는 말이 있어요. 비단 물괴의 위협으로 끝나지 않는 영화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요. 세력 다툼에 의해 피해받는 건 백성들이고, 위에서 내렸던 지시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달라지잖아요. 다 때려 부수고… 물괴가 없더라도 있는 것처럼 살고 있죠. 물괴를 무찌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백성들을 위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 희망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는 함께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고 싶다는 이혜리의 바람과도 같았다. 특유의 밝고 러블리한 매력으로 공동체 생활에도 적극적인 이혜리는 영화 촬영 중 '밥차'의 개념이 좋았다며 생기 넘치는 표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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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괴'의 배우 이혜리가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함께 일하고, 함께 먹고, 함께 쉬는 현장이 좋다는 이혜리. 그는 지난 6월 차기작 '뎀프시롤' 촬영까지 마치고 활동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걸스데이 앨범 활동을 할지, 브라운관이나 스크린 작업을 할지 정해진 계획은 없지만 당분간 자신을 더 돌아보려 한다.
이혜리는 "난 어떤 사람인지, 어떤 걸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의 시간을 갖고 있다"며 처음 맞는 출연 영화 개봉에 설렘을 내비쳤다. 오랜 기간 공들인 작품이 세상에 나오는 성취를 맛본 새내기 배우는 더욱 확실한 가닥을 잡을 수 있을 테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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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괴'의 배우 이혜리가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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