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외국인투수 펠릭스 듀브론트를 12일 웨이버 공시했다. 외국인선수 교체 시한은 이미 넘겼고, 경기는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팀 마운드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투수 한 명 없이 남은 시즌을 치르게 된 롯데다.
듀브론트가 방출되고 나니 다시 린드블럼(두산)이 생각날 수밖에 없다. 만약 지난 시즌 후 롯데가 린드블럼과 재계약에 성공했다면 어땠을까.
이제 와서 '만약'을 얘기한다는 것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마는, 구단 운영을 한 해 하고 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되짚어볼 필요는 있다.
듀브론트의 방출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최근 워낙 부진한 피칭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롯데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 첫 시즌을 보낸 듀브론트의 성적은 25경기 등판해 6승 9패 평균자책점 4.9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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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롯데 자이언츠 |
롯데와 재계약 협상에 실패한 후 두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린드블럼의 성적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린드블럼 역시 25경기 등판했고 14승 4패 평균자책점 2.93을 기록하고 있다.
승수만 놓고 보면 듀브론트와 린드블럼은 8승이나 차이가 난다. 물론 선두를 질주하는 두산의 타선이나 불펜 전력이 롯데보다 훨씬 좋으니 린드블럼이 승수를 올리기 유리한 입장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 해도 평균자책점에서 2점이나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두 투수의 실력과 팀 기여도는 엄연히 큰 차이를 보였다.
롯데는 현재 8위에 머물러 있다. 52승 2무 64패로 승패 마진이 -12나 된다.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이 가물가물해졌다. 듀브론트가 린드블럼에 버금가는 활약을 해 10승 이상만 해줬어도 롯데는 5위권 순위다툼에서 크게 밀려나지 않고 가을야구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린드블럼은 롯데에서 KBO리그 생활을 시작했고 3시즌(2017시즌은 중반 이후 합류)이나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에이스로서 좋은 성적을 낸 것은 물론이고 이미지도 좋아 롯데팬들 사이에 '린동원(린드블럼+최동원)'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많은 인기를 누렸다.
그런 린드블럼이 지난 시즌 후 롯데를 떠나 두산과 계약했다. 두산이 롯데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팀을 옮기게 된 것은 프로 세계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린드블럼과 롯데는 결별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고 감정적 앙금까지 남겼다. 린드블럼은 두산 입단이 확정된 날 개인 SNS를 통해 "정직하지 못하고 전문적이지 못한 롯데 구단"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롯데 구단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 내지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린드블럼이 2017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재계약하지 않고 미국으로 돌아갔던 것은 잘 알려진 대로 딸의 건강문제 때문이었다. 딸의 건강이 호전된데다 2017시즌 중반 롯데의 외국인투수 교체 필요성이 생겨 다시 롯데로 복귀했다. 복귀 후 린드블럼은 롯데의 후반기 3위 도약과 포스트시즌 진출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
그런 인연이 있는데다 실력도 충분히 검증된 린드블럼과 롯데가 재계약을 하지 못한 것이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이번 시즌 롯데의 성적 하락으로 직결된 셈이다.
듀브론트는 메이저리그에서 6시즌이나 뛰며 통산 31승(26패)이나 올린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린드블럼의 대체 선수로 손색없는 경력을 갖췄다.
하지만 팔꿈치 부상과 수술 이후 구위가 예전같지 않다는 평도 있었다. 시즌 초반 4월이 다 가도록 1승도 올리지 못하다 살아난 모습을 보였지만 무더위와 함께 다시 침체의 늪에 빠졌다. 포스트시즌 출전이 가능한 외국인선수 교체 마감시한(8월 15일) 이후 3경기 등판에서는 4이닝을 넘긴 적이 없고 모두 조기강판했다. 퇴출이 불가피할 정도의 부진에 빠졌다.
외국인선수의 기여도에 따라 팀 성적이 좌우되는 것이 현재 KBO리그의 현실이다. 경력이 뛰어난 몸값 비싼 선수를 데려온다고 해서 잘 해준다는 보장도 없다.
외국인선수를 처음 데려올 때는 많은 점을 고려하고 신중한 결정을 한다. 팀에 잘 적응하고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는 관리를 잘 해서 재계약해 계속 팀 전력에 보탬이 되도록 활용한다. 바로 그런 점들이 각 구단들이 외국인선수를 관리하는 능력이다.
린드블럼과 재계약 협상에서 잡음을 내며 붙잡지 못하고 새로 데려온 듀브론트가 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방출됐다는 점에서 롯데의 이번 시즌 외국인선수 농사는 실패하고 말았다. KBO는 내년 시즌부터 새 외국인선수 몸값을 최고 100만달러로 제한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더욱 새 외국인선수 영입 이상으로 기존 외국인선수의 관리가 중요해졌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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